빅테크 자본주의
김창익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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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개인의 영리활동이 사회전체의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한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겨야한다는 자유방임이론이다. 자유방임주의는 시장자본주의를 탄생시킨다. 그런데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보이지 않는 손은 악몽으로 변하게 된다. 이론적으론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왜 시장은 그토록 자주 무너지는 것일까? 혹 개인의 욕망이 부족한 것일까? 기업의 목적이 흔들리는 것일까? 아니면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일까? 어느 것도 확실한 정답은 아니다. 시장은 원래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곳이다. 쏠림이 강하고 집단 망상이 난무하는 곳이다. 더군다나 시장을 통제하고 조정하고 싶은 집단 간의 혈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현장이다.

 

80년대 레이건 미 대통령은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득세감면, 정부규제완화, 정부 지출증가억제, 통화량 긴축을 중심으로 레이거노믹스를 발표한다. 자유시장경제학이라 불리는 레이건의 경제정책은 스테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초유의 발상으로 당시엔 상당한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레이건주의는 단기간의 경기부양엔 성공했지만 과도한 부채증가로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하게 되었다. 하지만 닉슨체제 이후 달러패권에 몰두하던 미행정부로선 달러의 영향력이라는 더할 나위없는 무기를 구축하게 되었다. 자유시장주의는 월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구축되었고 90년대 세계화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미국의 패권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게 된다.

 

IMF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 위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언뜻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위기의 중심엔 월스트리트라 불리는 미국중심의 거대 금융자본이 숨어있다. 90년대 이후 월가는 금융기업의 이익을 위해 세계 금융시스템을 재편한다. 그들에게 부채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미국은 더 이상 수출 국가를 지향하지 않았다. 보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국가들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수입을 극대화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 수출국들은 벌어들인 달러로 국채와 같은 미국 금융자산을 구입했다. 현금과 다름없는 미국채는 최고의 상품이었다. 결국 달러는 월가로 다시 돌아왔다. 금융업을 대리하는 월가는 앉아서 돈을 쓸어 담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동아시아의 작은 국가들의 몰락은 너무 쉬운 돈벌이 수단이었다. 한국은 월가의 시스템에 철저히 이용당한 힘없는 국가였을 뿐이다.

 

글로벌 위기의 중심은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어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당시 월가 CEO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으나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는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FED는 과거를 무시하기라도 하듯 무차별적인 국채를 발행하며 겉으론 금리에 반응하는 듯 했지만 안으론 엄청난 자금을 직접 살포했다. 부채 증가는 달러의 위상과 직결되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달러가치는 더욱 폭등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2기에 집권하자마자 반세계화, 반월가, 자국주의를 앞세웠다. 월가의 부채 전략이 미국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시장자본주의에 극히 우호적이었던 트럼프의 생애를 바라본다면 정치적 이해관계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 우회전략은 그를 대통령을 만들었고 반세계화는 월가의 시스템에 치명적인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트럼프의 시선은 그가 그토록 증오해왔던 빅테크기업을 향하고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브로맨스, 트럼프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즉시 적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인물이다. 또한 즉각적인 반대도 가능하다. 둘의 연합이 오래갈리 없지만 결국 미국이 맞닿은 위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현상에 불과하다. 빅테크의 성장은 새로운 통제자의 출현을 암시한다. 시장자본주의의 부활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월가와 빅테크 기업들 간의 자본 패권전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화폐 주도권이 놓여있다. 과도한 부채를 떠 앉고 있는 달러가 언제까지 통화의 정점을 이룰 수 있을까? 중국의 CDBC는 미국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또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EU의 통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정치적 난제다.

 

빅테크 자본주의는 40년 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해온 월가의 민낯을 폭로하고 빅테크 기업의 부상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디지털자본의 실체를 화폐전쟁이라는 시나리오를 통해 디테일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트럼프와 빅테크 기업 간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민영화 되어가는 코인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스스로의 선택이 결국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 경고한다. 또한 미국의 자충수가 중국의 부상을 일으키고 있고 달러 패권의 향방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실적으로 누가 화폐 패권을 장악할지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빅테크 기술은 우리의 생각과 소비, 행동을 수시로 통제할 것이며 결국 자본주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술 공화국을 만들 것이다. 돈이 먼저일까? 인간이 먼저일까? 이제 화폐에 대한 우선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빅테크 CEO들과 여전히 기득권을 거머쥐며 세상을 뒤흔들고 싶은 월가의 전쟁은 이제 시작되었다. 우린 어떤 세상을 원하고 있는가? 빅테크 자본주의는 세계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투영함과 동시에 우리의 삶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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