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뮈의 인생 수업
알베르 카뮈 지음,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삶은 부조리한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많더라도, 모순적 상황이 마음을 짓누르더라도 삶을 부조리하다고 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삶의 조건이 다르다면 인생은 부조리로 가득할 것이다. 부조리엔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대한 원망과 슬픔이 묻어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현실 앞에 존재를 잃어간다. 우린 누구나 부조리 앞에 서있다. 하지만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의 일상이 생각을 가로막고 진실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카뮈는 이방인을 통해 부조리에 대해 언급한다. 세계는 그 자체로 합리적이지 않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명석함과 세계의 비합리성이 충돌할 때 부조리가 탄생한다. 부조리는 인간의 명료함에 대한 간절한 부름과 세계의 냉담한 침묵이 마주하는 곳에서 태어나는 존재의 가장 심오한 본질이다.
그 곳에서 우린 이방인이 된다. 삶과 현실의 불일치, 결국 부조리는 우리는 왜 살아야하는 가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을 이끌어낸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가이자 문학가인 카뮈 사상의 줄기를 이루는 이방인은 시지프 신화와 더불어 인간이 추구해야할 자유와 존엄의 과정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일상의 루틴이 인생을 담고 있는가? 삶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은 우리의 욕망과 너무도 대척된다. 세계는 당신의 목소리에 답을 주지 않는다. 오직 침묵으로 일관한다. 인간의 간절함은 무관심에 좌절한다.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도 이해할 수도 없다. 타인의 시선에 눈길을 거주지 못한 이유도 이방인에 대한 불안이 아닐까? 하지만 침묵 앞에서 우린 누구나 이방인이다. 그리고 이방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은 무한한 상상으로 기대 이상의 현실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가장 중요한 삶의 철학은 철저히 배제해왔다. 그 결과 우린 이해할 수 없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세계에 대한 강한 혐오를 느낀다. 실시간 SNS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가? 욕망을 넘어선 자기인식에 대한 도피, 연계의 어려움, 무엇보다 인간에 가장 중요한 고독을 잃어버렸다. 짧은 자극이 주는 만족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할 만큼 인생에 중요한 문제일까? 실존적 자유는 외부로부터 오지 않는다. 자유는 부조리를 인식하면서 태어난다. 즉, 지금 여기, 살아있음에 집중하는 것이다. 외부의 시선이나 형이상학적 구원이 아닌 실체적 자신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는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지속적인 반항행위이며 자유에 대한 의식적 노력이다.
시지프 신화는 자유의지에 대한 강렬한 표현이다. 우린 누구나 각자의 바위를 굴리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시지프는 미소를 지으며 행복하다고 상상한다. 시지프의 진정한 승리는 바위가 산 아래로 내려간 후 그가 다시 산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에 있다. 그는 하강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가장 맑은 의식으로 직시하고 숙고한다. 자신에 주어진 형벌의 무의미함을 알지만 자신이 운명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의 무관심을 경멸하고 운명에 저항하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삶을 쟁취하는 것이다. 순간 모든 것은 현실에 집중된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직시하고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는 한 인간의 존엄이자 의지적 반항의 표현이다.
본 책은 카뮈의 사상과 문학작품을 통해 카뮈 사상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조직한 아포리즘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조리인식, 실존적 자유 쟁취, 고독과 반항, 연대와 사랑이라는 6단계의 서사를 중심으로 카뮈 사상의 논리적 전개를 이끌어간다. 카뮈 철학의 핵심은 삶의 모든 순간을 긍정하라는 것이다. 운명이란 존재하는가? 삶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매 순간이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충만하고 기쁨을 주는 선물인지. 카뮈는 부조리한 세계릍 통해 삶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연대는 서로의 실존을 이해하는 것이다. 실존적 철학은 모든 허무주의를 배제한다. 누구도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지만 특별한 불확실성이 결국 우리 삶을 이끌어준다. 우린 누구나 이방인이다. 잠시 이 별에 머물다 갈 뿐이다. 덕분에 삶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죽음이 어떤 의미를 가져오는지, 세계의 침묵 앞에선 이방인의 고독을 새롭게 경험해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