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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 - 우리는 왜 우리의 몸을 사랑해야 하는가
보니 추이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평점 :

마블 히어로인 헐크는 힘을 상징한다. 영화 속에서 헐크는 신급을 제외하곤 경쟁자가 거의 없다. 간혹 엉뚱한데 힘을 사용해서 문제가 되곤 하지만 헐크의 내면은 순수하기만 하다. 인크레더블 헐크의 원작자인 잭 커비는 주차된 차 아래에 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범퍼를 잡고 차를 들어 올린 엄마를 헐크의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커비는 당시의 상황을 절박한 상황에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헐크의 모든 것이 그 순간 시작되었다고 회고한다. 헐크의 힘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절박한 순간에 발휘되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말한다. 저자는 이를 히스테리적인 힘이라 표현하는데 자궁을 뜻하는 히스테라는 본 책의 여성적 힘에 대한 본원적 이야기의 중심이다.
힘이란 무엇일까? 멍게는 머무를 곳을 찾을 때까지 이리저리 움직이다 표면에 정착하면 약간의 신경조직만 남기고 뇌와 신경계를 먹어버린다. 멍게는 움직일 필요가 없으므로 뇌나 신경계가 필요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신경과학자인 울퍼트의 말을 빌려 뇌는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며,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에서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체적으로 모든 생명체는 살아 움직임을 통해 저마다의 생존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생존, 번식, 이동은 동물들의 활발한 움직임의 결과다. 초기인류 역시 강한 힘이 가장 중요한 생존 조건이었으며 이는 현대인들에게도 동일하다.
고대인들은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당시 대부분의 건축물은 신체적 힘만이 사용되었다. 근육질의 멋짐 몸매는 자신의 조건을 나타내는 지위나 상징을 표현했다. 안타까운 것은 당시 여성에겐 그 어떤 신체적인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 여성은 이제 더 이상 힘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구속에 갇혀있지 않다. 저자는 다양한 여성 스트롱맨을 소개하며 그녀들이 지닌 강인한 의지와 노력이 신체적 위업을 겪으며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되었음을 증명한다. 본 책은 스포츠를 통해 신체를 알아가고 자신을 찾는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인간이 지닌 힘의 효용성과 유용성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보니 추이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신체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자신과 세상의 연결점을 찾는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살아있지 않다. 움직임은 몸의 전체적인 작용이며 우린 의식, 무의적적으로 움직임을 통해 자신을 인지한다. 그런데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답은 근육이다. 근육은 스스로를 분해한다. 근섬유는 긴장과 스트레스로 손상을 입은 후, 섬유와 융합해 크기와 질량을 늘리는 특별한 줄기세포들을 활성화함으로써 회복된다. 신체는 일련의 작은 분해들을 견뎌내면서 더 강해지고 재생, 회춘, 재성장을 이어간다. 인간의 몸은 생성과 분해의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존재한다. 순환이 멈춘다면 생명도 멈춘다. 이렇듯 근육은 일상을 좌우하지만 우리의 생존방식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저자는 본 책의 핵심인 존재감에 대한 확신을 근육을 통해 만났다고 고백한다. 자신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아버지와의 그리움을 회상하며 힘이 지닌 의미, 근육을 통해 만난 자신의 모습, 자신감의 근원, 존재감을 확인한다.
힘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자세와 태도를 나타낸다. 힘에 대한 스스로의 사고와 생각이 삶의 본원적인 질문에 응답을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진정한 힘이란 무엇일까? 힘은 삶을 유지하고 활력을 주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저자는 살아있는 에너지로 근육을 탐구한다. 힘과 몸의 형태, 근육의 움직임, 유연성과 지구력은 근육을 통한 힘의 발현이다. 근육은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기 위한 몸을 만들어 간다. 근육의 상실되면 노화가 시작된다. 반대로 근육이 살아있다면 훨씬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몸매를 가꾸는 세대를 보면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근육을 대하는 자세가 곧 삶을 대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몸은 자신을 기억하며 자신에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요구하고 질문한다. 걸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뛰면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보다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머슬은 이 순간, 현재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