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대 - 목재가 이룩한 인류 문명의 위대한 서사
롤랜드 에노스 지음, 김수진 옮김 / 더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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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박물관엔 시대별로 다양한 석기들이 전시되어있습니다. 세계사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석기문화는 인류의 시작을 알리는 최초의 도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토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지나면서 원시인류의 생활상과 당시의 시대적 변화를 어렴풋이나마 추측하게 됩니다. 그런데 간혹 시골에서 보았을 법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 농기구류입니다. 어렸을 적 나무를 실어 나르던 지게가 떠오릅니다. 당시 지게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그 시절이 불과 50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무는 인류와 함께 수만 년의 시간을 동행해왔지만 그 역할에 대해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나무의 시대를 통과해 왔습니다. 변함이 없는 나무, 끝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인간, 과연 나무는 인류에 어떤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영장류는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습니다. 양안시, 직립보행, 팔과 다리의 분화 심지어 손가락의 지문까지 영장류의 진화는 수관층에서의 생존을 근거합니다. 나무는 다양한 과일과, 곤충, 구근과 같은 에너지원을 제공하였고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지켜주었습니다. 나무는 숙식의 보금자리이자 삶의 이동경로였습니다. 영장류는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며 거리, 무게, 크기, 속도를 예측하고 나무의 역학적 특성을 익혀갔을 것입니다. 나뭇가지를 도구로 사용하게 되면서 지능이 급격히 발달하게 됩니다. 이후 나무는 다양한 도구로 이용됩니다. 특히 나무 휨을 인지하여 보금자리를 만드는 과정은 지금보아도 무척 어려워 보이는 작업입니다.

 

초기 호미닌들은 직립 보행을 시작하면서 나무를 더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불은 그들을 땅으로 내려오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불은 호미닌들의 생활환경을 완전히 바꾸어나갔습니다. 적으로부터의 위협을 방어하고 불에 익힌 고기를 섭취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불에 탄 곡식과 콩류는 새로운 영양을 제공하였습니다. 불을 보유하기 위해선 나무가 필요합니다. 또한 불을 이용한 다양한 도구가 개발되면서 사회적 변화의 진화가 더욱 가속화됩니다. 간혹 나무를 무기로 사용했을 까라는 의심이 듭니다. 하지만 석기시대 이전에 끝을 뾰족하게 깍은 나무는 결에 따라 강한 무기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초기 호미닌의 목공기술은 수천 년을 이어오며 목조가옥이나 바퀴, 목재선박을 다루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나무의 시대는 목재와 인류의 진화를 시작으로 나무가 인류문명에 끼친 영향력, 석탄이 연료로 사용되면서 목재의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 마지막으로 현대 인류의 무분별한 발전에 따른 숲 파괴의 영향을 평가합니다. 저자는 목재라는 관점에서 인류사를 재해석합니다. 석기, 청동기, 철기문화가 인류사에 등장하기 전 나무는 독보적인 생활수단이었고 이는 산업혁명 이전까지 문명의 변하지 않는 상수였습니다. 하지만 석탄의 발견과 함께 나무 활용은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새로운 에너지 자원은 인류문명을 빠르게 변화시킵니다. 자원을 둘러싼 전쟁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세계는 전례 없는 산업화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나무의 활용도 또한 새로운 시대에 맞춰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중세 항해의 시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한 범선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깨닫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자존심 다툼은 범선의 크기를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돛대를 세울만한 나무를 구하기 어려워 숱한 전쟁을 일으켰고 심지어 왕이 죽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거목을 발견했더라도 수송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을 것입니다. 범선은 항해시대를 이끌어 세계지도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나무가 증명하는 직접적 역사의 결과입니다. 나무는 인류 역사를 지속적으로 변화시켜왔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빠르게 고갈되었고 결국 인류는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라는 절대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원은 인류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자원을 이용한 호모 종은 지구위의 최상위 정복자로 군림해 왔고 이제 스스로의 상상을 넘어선 신인류라는 종의 출현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수만 년의 인류의 역사가 이토록 짧은 기간에 변하리라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무의 시대는 우리 문명의 뿌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탁월한 통찰을 보여줍니다. 인류의 서사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나무의 시대를 통한 인류사의 장대한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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