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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그림 찾기 - 차별과 편견의 경계에 갇힌 사람들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9월
평점 :

차별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문득 인간에 주어진 생존전략이 떠오른다. 약한 존재는 소속체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동체에겐 약한 존재가 필요하지 않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부족을 보호해야하는 공동체에겐 차이와 차별이란 의식이 강하게 심어졌을 것이다. 나와 다름은 상대를 배제하거나 위협의 대상이 된다. 이는 개인의 생존뿐만이 아니라 조직의 운용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다름의 표상은 수만 년을 이어오며 인간 심리에 내재된 확고한 무의식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차별과 차이는 세상을 간편하게 보고자하는 뇌의 편리성과도 연관이 있다. 유전체의 발현이든 경험의 축적이든 편견엔 수많은 다름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다름은 시기와 질투라는 감정을 유발하고 경쟁과 욕망이라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는 의미엔 상대를 자신의 아래로 생각하는 폭력이 내재되어있다. 인간의 역사는 얼핏 보면 영웅들의 화려한 서사 같지만 내면엔 지독한 편견과 위계, 차이와 차별이 숨겨있다. 이는 표현방식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사회구조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종, 종교, 성별, 빈부, 장애등 편견과 차별은 세상 구석구석에 숨겨 자신과의 차이를 식별한다.
차별이 무서운 이유는 상대의 가치를 박탈하는데 있다. 차별은 철저히 비대칭적이다. 또한 구체적 경험적 근거가 없이 오로지 관념으로만 구축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배운 감정들은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 특히 언어를 통한 배제는 상당기간 사회적 불편함을 초래하며 상대를 비하하는 위협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슬라예보 지젝의‘폭력이란 무엇인가’의 서문에 소개된 객관적 폭력의 은폐성을 이야기하며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배제의 불합리성을 폭로한다. 인간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이타적인 순간에도 자신에 이익이 되는 선택을 생각한다. 차별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략일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도 차별이나 배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린 흔히 장애를 비정상이라 생각한다. 장애에 대한 비정상적 믿음은 거의 광기에 가깝다. 비정상인은 비장애인들이 만든 체제와 규칙에 의존해 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생명의 진화를 누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인류역사엔 장애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오점들이 기록되어있다. 프랑스의 난쟁이 던지기 대회는 개인의 존엄에 대한 일갈은 물론 당시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근원적인 생각의 실체를 보여준다. 아이러니 한 것은 당시 장애인의 의사표현이다. 어설픈 장애인에 대한 존엄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현실적 위치와 실체적 불안을 드러낸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선 장애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를 비정상에 가두는 정상인의 의지는 사회곳곳에 만연해있다. 이는 장애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의 시작이다.
본 책은 틀린 그림찾기란 제목으로 차별과 편견의 경계에 갇힌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아마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증거하며 인간이 차이와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조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적 발상을 제안한다. 또한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차별적 실체가 어떻게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고 구체화되었는지 편견과 경계를 중심으로 인문학적 사유를 성찰한다. 차이와 차별에 대한 역사적 논증 또한 다양하게 펼쳐진다.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의 무수한 c는 어떤 인생이든 삶과 죽음사이에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우리라는 틀을 벗어나 경계너머의 인식이 확장될 때 진정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인간은 개별적 존재다. 편향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편향성은 개인존재의 이유를 설명한다. 다름이 없다면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세상은 지금과 같은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름은 인간의 심리적 기제다. 인간은 어느 한곳도 다르지 않는 것이 없다. 덕분에 자신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다름은 선택의 폭을 좁힌다. 이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나타내는 정체성을 확인할 때 더욱 부각된다. 강하다는 것은 본인의 의식일 뿐이다. 자신보다 얼마든지 강한 사람이 존재하고 이는 강함에 대한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시사한다. 백인과 흑인의 다름은 미국이라는 국가를 위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름이 차별을 조장하고 구별이라는 상수로 변질되면 국가의 몰락이 앞당겨진다. 차별은 오래된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관행이다. 우린 이를 넘어서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타인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한편으론 자신도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진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우린 어디까지 불편해질 수 있을까? 차이와 차별을 통해서본 시대적 통찰, 당신은 세상에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