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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곧게 세운 자, 운명조차 그대를 따르리라 - 율곡 이이·신사임당 편 ㅣ 세계철학전집 5
이이.신사임당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9월
평점 :

‘사람이 스스로를 속이면 천하를 다 속이게 된다. 자신을 바로 세우면 천하가 저절로 바르게 된다.’ 율곡 이이는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당파싸움의 혼란 속에서 정치적 위기감을 느낀 선조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중요성을 강조한 성학집요를 바쳤다. 성현의 학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을 모아 엮은 책이라는 뜻을 가진 성학집요는 예기에 등장하는 마음의 수렴에 관한 내용이 담고 있다. 마음은 통제가 쉽지 않다. 오만함은 욕심을 가져오고 즐거움은 쾌락을 일으킨다. 뜻도 과잉되면 부족함만 못하다. 율곡의 해법은 겸허함과 욕심을 절제하는 절도다. 한 곳의 말만 듣고 정사를 논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상대의 말에 대한 진위여부를 판단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은 사사로운 감정을 넘어서 놓쳐버린 마음을 되찾는 것이다. 군자는 마음의 수렴을 통해 항상 겸허함고 배움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성학집요는 언어의 수렴, 속이지 않는 마음, 마음의 중심을 잡는 법, 게으름과 간사함에 관한 율곡의 시대정신과 삶의 올바른 방법과 원리를 서술하고 있다.
이이는 이황과 함께 조선 성리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손꼽힌다. 20대 장원급제를 시작으로 아홉 번 장원을 차지하였다하여 구도장원공이라 불렸다. 그의 천재성은 조정에서도 특별했지만 생각과 사고는 항상 조선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성학집요, 격몽요결, 동호문답과 같은 뛰어난 책을 기술했으며 임진왜란 10년 전 십만양병설을 주창하여 실체적인 부국강병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뛰어난 학자이자 인재였다. 율곡 이이는 자신의 행적엔 언제나 어머니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학문하는 사람의 자세를 논하는 격몽요결엔 ‘사람이 학문을 하지 않으면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란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고 기록되어있다.
신사임당은 어렸을 적부터 총명하기 이를 데 없었고 효녀로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사회적 편견이 여성에겐 혹독했던 시절이었지만 신사임당은 자신의 투자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의 인생을 사는 방법을 터득한 소신 있는 여성이었다. 강릉을 떠나 한양에 시집온 신사임당은 검소와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집안 살림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자기 생각보단 집안 시부모의 의견을 항상 여쭈었던 그녀의 태도는 이이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신사임당 교육의 핵심은 주기 주도적 학습이다. 늦더라도 이치를 깨우치고 올바른 길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 방법이었다. 이는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아이가 본인이 원하는 것에 집중할 때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정답을 주기보다 생각을 여지를 남겨주어라, 질문하는 힘이 곧 살아가는 힘이 된다.
학문은 왜 하는가? 배움은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져오는가? 조선 중기 초학자의 입문서로 알려진 격몽요결은 학문의 근본이 무엇이며,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를 일깨워주기 위한 책이다. 격몽요결엔 학문하는 사람의 자세, 몸가짐, 부모 봉양, 예절, 인간관계, 처세 등 유교적 덕목과 실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이는 배움에 앞서 삶의 근본자세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전체를 알지 못하면 편견이 가득해지고 내편 네 편을 가르는 당파에 빠져들어 결국 모든 일의 이치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릇 모든 일엔 목적과 의미가 있고 근본을 알아야만 정도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학교모범이란 책엔 현명하게 사는 16가지의 지혜가 담겨있다. 성리학적인 풍토가 깔려있지만 마음을 단단히 하고 삶의 성찰을 이룰 수 있는 주옥같은 교훈을 이야기한다.
본 책은 저자가 율곡 이이 선생님의 뜻을 받들고 그의 행적을 좆아 시대의 흐름과 마주할 수 있는 태도와 자세를 이야기한다. 현실적인 삶의 철학을 강조한 신사임당의 교육철학과 이이의 인생론, 군주를 위한 상학집요와 동호문답, 내면을 다스리기 위한 격몽요결이 저자의 해석과 함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현시대는 조선중기의 당파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리석은 정치인들의 편협한 자기중심적 사고는 결국 정치적 파행을 가져올 것이고 국민은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들보다 뛰어난 국민들의 지혜가 살아있다. 율곡은 정치가 잘되고 무너지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 달린 것이지, 시대의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비관론자들은 항상 과거를 그리워하며 미래를 부정한다.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은 올곧은 사람과 올바른 결심이라는 율곡의 죽비와 같은 말씀이 귓가를 울린다. 이 시대 율곡이 있는가? 마음을 바로 세우면 세상이 그대를 따를 것이니, 율곡의 지혜를 통해 세상에 다가서 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