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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뇌과학 -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설명하는 뇌의 숨겨진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박문호 감수 / 다산초당 / 2025년 9월
평점 :

운전 중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위험한줄 알지만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런데 눈은 창을 넘어 앞을 바라보고 있다. 간혹 이런 과정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할 때가 있다. 의식적인 집중을 하지 않는데 무의식은 손과 발을 움직여 운전을 가능하게 만든다. 뇌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것일까? 뇌에 대한 의문은 무의식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더욱 증폭되었다. 인간에 무의식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무의식은 의식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인간의 행동을 통제해왔다. 무의식은 뇌줄기를 통해 이루어지며 의식계가 없는 어류는 본능적인 쾌락(보상)과 두려움(위협)이라는 신호에 반응하도록 진화를 이루어왔다.
인간의 뇌에는 행동을 지배하는 두 개의 평행시스템이 존재한다. 의사결정, 이성적 판단, 언어와 같은 자각능력이 표현되기 위해선 전전두피질에 분포되어있는 신경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의식계는 뇌 진화의 최종단계로 지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반면엔 뇌줄기의 신경계를 통해 분포된 무의식계는 감각을 통해 들어온 외부정보나 내부경험을 근간으로 패턴을 인식하고 그 패턴을 바탕으로 예측한 다음 지각한 조각들을 맞출 방법을 추론한다. 반면에 의식계는 무의식의 계산을 받아들이고 풍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향동의 가여부를 결정한다.
인간은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물론 다른 감각들도 세상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시각은 감각기관의 대부분을 차자할 정도로 다양한 정보를 피질에 전달한다. 시각은 광자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망막을 통해 시상하부로 전달되는데 시상엔 감각의 교차로가 있어 청각과 후각, 미각등이 서로 교차하여 간혹 공감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시상은 감각의 집합처이자 통로다. 시상은 시신경을 통해 시각피질에 정보를 전달하는데 피질은 정보의 출처에 관심이 없다. 시각을 잃어버린 환자들은 피질이 무의식계에 점령되어 뜻하지 않는 망상이나 환각 상태를 경험하기도 한다. 무의식은 생각보다 무척 광범위하게 생각과 행동을 통제한다.
본 책은 뇌의 의식계와 무의식계의 작동방식을 추적하고, 두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동시에 작동하는지, 또한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을 만들고 자아의식을 유지시키는지를 살펴본다. 무의식은 어떻게 의식의 빈틈을 메꿀 수 있을까? 무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선 뇌의 생존전략을 알아야한다. 뇌는 생존을 위해 익숙한 패턴을 인식하고 예상함으로써 사고의 효율을 극대화 한다. 저자는 왜곡된 문장의 기대의미와 실제의미가 뇌의 패턴에 따라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설명하면서 제대로 된 해석엔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며 집중은 뇌의 패턴을 무너뜨리는 의식적인 자기숙고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에 무의식은 우리의 생각과 지각을 조합해 이해 가능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무의식은 인식이 불완전하거나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실에 구멍이 생길 때 이러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부족분을 메꾼다.
선천적 시각 장애인은 어떻게 사물을 이해할 수 있을까? 렘수면상태에선 뇌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시각을 다친 환자들, 피질이 망가진 환자들, 전전두피질과 하부피질, 시상이나 해마가 다친 환자들에게선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본 책은 무의식계가 어떻게 감각과 감정을 통제하고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는지. 다양한 논증과 자료를 통해 무의식계의 베일을 벗겨나간다. 과학의 발달은 다양한 방법으로 뇌기능의 역할을 조명하고 있는데 꿈에 관한 무의식계의 역할도 최근에 밝혀졌다. 렘수면상태에 들어가면 의식은 잠잠해지고 무의식계가 활동을 시작한다. 시각을 비롯한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축적된 수많은 이미지들이 연상 작용을 하며 꿈을 꾸게 된다. 꿈은 최면과정과 비슷하다. 꿈이 자생적이라면 최면은 타인의 명령에 의해 의식을 잠재우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뇌구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확장시킨다. 우리의 생각과 감각, 감정이 뇌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의식에 어떤 의미를 형성하고 있는지 설명하기 때문이다. 무의식은 빈틈을 메우고 비합리적 행동을 합리화하고 비논리적인 상황을 논리적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무의식은 뇌의 생존전략의 가장 우선적 조건이다.
자아와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자아는 개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고 정체성은 자신이 규정하는 현재의 실체다. 하지만 인간은 매시간 엄청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의식을 통해 정리하고 기억하며 새로운 지식을 축적한다. 무의식은 전체 과정을 통해 새롭게 받아들인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하고 패턴을 예측해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시킨다. 또한 습관과 같은 뇌기능을 활성화시켜 적은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뇌의 활용도를 높이고 신체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무의식은 개인의 서사를 그럴듯하게 꾸며준다. 개인이란 존재는 자신이 인정할 때 스스로에 대한 존엄과 존중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뇌신경과 감각의 일탈은 예기치 않은 오류를 발생하며 치명적인 증후군의 원인을 제공한다. 본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감각과 감정, 운동기능과 뇌기능의 연결이 어떻게 우리를 규정하고 있는지 구체적이고 실체적으로 설명한다. 뇌기능과 생리적 현상을 한 번에 이해하기엔 엄청난 무리가 따른다. 아마도 무의식적인 선입견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을 알아가는 과정은 인간의 본원적인 모습을 투영하는 것과 같다. 본 책이 그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무의식의 세계, 알면 알수록 놀랍고 신비롭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