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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 인간 - 낮과 밤이 바뀐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생체리듬과 빛의 과학
린 피플스 지음, 김초원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17세기 영국은 창문에 세금을 부과했다. 창문의 수를 재산과 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당시 유리는 사치품이었고 유리창은 부를 상징했다. 덕분에 영국엔 창문을 막은 벽돌벽이 도시를 채워갔다. 지금이야 낭만적인 건축물로 인식되지만 당시엔 염탐꾼들의 돈벌이 수단이었다. 창문세는 20세기 미국까지 이어졌다. 산업혁명이 불공평한 햇빛강탈을 없앴지만 19세기 후반 에디슨의 전구발명은 건축구조를 바꾸면서 인공조명시대를 확장하게 되었다. 전기조명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나갔다. 덕분에 현대 인류는 하루 90%를 인공조명 아래서 생활하고 있다. 도대체 인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빛은 너무 흔해 존재가치마저 희미하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빛에 의해 생명을 유지한다. 생명체는 시각을 통해 빛의 강도와 색상을 구분하며 자생적 생존리듬을 만들어왔다. 원시생물은 청녹색이 가득한 강한 햇빛을 피해 바다 속으로 숨어들었다. 일몰 무렵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면 바다위로 고개를 내밀어 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했다. 태양의 순환주기에 맞춰 자생적 생명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생명체는 태양의 하루, 계절의 변화, 달의 위상, 조수와 같은 환경주기와 조화를 이루었고 이 주기에 한발 앞서 진화적 생명 유지장치를 만들었다. 생명체의 내부시계는 태양의 동기화와 연결되었고 하루의 흐름을 조율하였다. 저자는 이를 일주기 리듬이라 설명한다.
일주기 리듬은 시상하부 앞 시신경교차상핵(SCN)이라는 신경구조물에 의해 통제된다. SCN은 2만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진 신경세포다발로 생체의 중추시계 역할을 한다. 최근엔 인간의 모든 세포엔 저마다 말초시계가 존재하며 중추시계와의 연결을 통해 리듬을 조율하거나 자체적으로 활동을 진행한다고 밝혀졌다. 생체시계 네트워크는 호르몬에 의한 항상성 유지와 혈압관리, 심박수의 상승과 하락등 생체의 규칙적인 리듬과 패턴을 만들어 낸다. 또한 소화기관과 근육 활용도을 높여주고 멜라토닌을 분비하여 수면을 유도한다. 빛이 사라지면서 인간은 생체시간의 가장 중요한 수면을 잃어가고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일주기 리듬이 깨진다. 정서적 불안과 우울증이 심화되고 무기력한 일상이 반복된다. 또한 코르티솔의 증가로 신체는 과도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과다한 호르몬 분비와 지속적인 생체 리듬의 교란은 결국 인슐린을 비롯한 호르몬의 부작용을 일으켜 당뇨, 고혈압, 만성질환과 치매등 건강을 위협하는 최악의 조건에 노출된다.
현대인은 인공조명 아래서 일주기 리듬(하루)를 보낸다. 또한 긴 밤과 늦은 아침을 반복한다. 문제는 인류의 생체시계가 여전히 태양의 주기와 순환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일출과 일몰은 시각을 비롯한 뇌 중추시계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였다. 또한 계절마다 바뀌는 낮과 밤의 길이, 온도차는 적합한 생체리듬을 찾기 위한 진화의 여정이었다. 하지만 인공조명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코로나 19는 자연 빛을 볼 수 없었던 인류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이 기간 대부분 사람들은 인공조명과 디지털화면 속에 갇혀 일상을 보냈고 불규칙적인 수면과 식습관을 유지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과 불안에 시달려야했으며 생체리듬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결국 다시 태양빛을 보게 될 때까지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리듬이 깨진 결과는 개인적 고통과 함께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남기게 되었다.
본 책은 일주기 리듬을 중심으로 빛에 대한 생명체의 진화과정과 원시인류의 생존방식, 무엇보다 빛에 대한 현대인의 무관심을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의 일주기 리듬을 파악하기 위해 타이탄 랜치라는 폐쇄 핵마시일 벙커에 들어간다. 창문 하나 없는 땅 속에 묻힌 벙커 안에서 인공조명만으로 자신의 생체리듬을 실험한다. 또한 24시간 태양이 떠있는 북극을 탐험하며 생체시계의 변화를 추적한다. 과학적 발견과 예상대로 시간이 지남에 생체시계는 완전히 무너졌고 무기력이 찾아왔다. 구토와 불면증, 우울과 불안이 반복되었고 생체적 반응에 이상신호가 반복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태양 빛을 다시 보자 원래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는 생체리듬과 태양과의 동시화가 인간의 생존에 가장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생체시계는 단순히 빛과 어둠만을 인지하는 것은 아니다. 생체시계는 인간 삶의 모든 부분과 관련이 있다. 감각, 감정, 생각, 행동, 우리의 일상은 규칙적이고 보편적인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며 일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행동은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면은 일주기 리듬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생리적 현상이다. 수면시간과 시점은 수면 항상성이라는 메커니즘과 일주기리듬에 의해 조절된다. 수면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난무하는 조명이 질 좋은 수면을 방해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수면방해엔 광범위한 사회, 문화적 현상이 포함되어있다. 낮과 같은 밤, 생체시계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우린 빛을 잃어가는 고장난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 본 책의 3부엔 시간을 리셋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내 몸의 시계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광합성은 식물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엔 많은 빛이 필요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왜 이토록 힘들어하는지, 빛과 생체시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광합성 인간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내 몸속의 비밀을 말해주고 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