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데이터베이스에 가둔 남자 - 프라이버시를 빼앗은 ‘초감시사회’의 설계자
매켄지 펑크 지음, 이영래 옮김, 송길영 감수 / 다산초당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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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스릴러, 추리소설이나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예측을 벗어난 사건 진행과 이를 해결하려는 주인공들의 집요한 수사전개는 읽는 내내, 보는 내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분출시킨다. 그런데 범인을 잡는 방식도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수사관의 직감과 몇 장의 사진이나 서류만으로 사건을 해결했다면 최근 범죄드라마의 거의 대부분은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한 최첨단 분석기법을 사용한다. CCTV분석은 물론, 위성을 통한 실시간 움직임, 얼굴인식을 사용해 범인의 일거수를 추적한다. 그 전에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가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수많은 개인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이다.

 

데이터 마이닝이란 직업이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건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을 수행하는 직업이다. 데이터마이닝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를 연상시킨다. 범죄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나 사람을 미리 예측하여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는 것, 놀랍기도 하지만 사건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 기술을 수용할 것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국토안보부란 거대한 사정기구를 설치했다. 전 세계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국내외 적을 분석하고 미국과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고의 연방수사기관이다. 정부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법안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수용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행크아셔는 데이터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란 직감을 가지고 있었다. 젊은 시절 밀수와 마역거래를 통해 근근이 삶을 이어갔지만 스스로의 인생을 여기서 멈추게 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거래를 통한 자료 분석이 보다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차량넘버를 시작으로 자신이 손댈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데이터의 활용은 정제과정에 있다. 데이터는 어떤 아웃풋이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행크는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정제된 데이터의 효용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무기임을 직감한다. 1980년대 이제 막 컴퓨터가 세상에 알려질 무렵, 행크는 당대 최고의 컴퓨터를 구입한다. 그가 수집한 데이터는 분석과 정리과정을 통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와 시간 내에 경찰국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행크는 인근 수사기관을 중심으로 데이터의 효용성을 입증하고 데이터의 가용성에 엄청난 기회가 숨겨있음을 깨닫게 된다.

 

1992DBT를 설립한 행크는 데이터베이스시스템의 시작을 알렸고 오토트랙은 주소와 차량등록번호 접근을 넘어서 찾고자하는 대상범위를 무한정 확장시켰다. 이 과정엔 현재 인공지능에 사용되고 있는 병렬 데이터 처리시스템이 결정적이었다. 90년대 처리속도에 관한 문제를 예측한 행크의 선견이 놀랍기만 하다. DBT는 중범죄자를 거르는 선거 전략으로도 이용되었는데 결국 부시의 당선과 함께 억울한 유권자들을 희생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부시의 당선은 데이터의 활용성에 따라 얼마든지 선거조작이 가능하며 결국 선거불신이라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어떤 데이터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국정부와 협업을 맺은 행크는 그야말로 벼락부자가 되었고 사업은 지칠 줄 모르고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911 테러 후 행크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미 정부에서 무상으로 기증했고 이는 테러리스트 사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게 된다. 2만개에 가까운 미 빕행기관들은 행크의 고객이 되었고 2001년 창업한 사이신트는 미 정부를 등에 업고 거의 모든 민간자료에 접근하게 된다. 소비사냥이 테러리스트 사냥으로 바뀌는 순간 민간인들은 개인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만 했다. 개인 자유침해는 곧장 법적 문제로 확산되었고 페이스북, 페이팔등 sns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장중이던 다수의 포탈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정해야했다.

 

행크는 2013년 폐색전증으로 사망한다. 그가 지금 시기를 바라본다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방황과 일탈로 가득했던 젊은 시절, 특별한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그는 아포페니아를 가지고 있었다. 의미 없는 데이터들을 통해 패턴을 분석하고 의미를 찾는 지적현상이다. 그는 뛰어난 감각과 지략을 갖추고 있었지만 사생활은 그리 좋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에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예견은 누구보다 뛰어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이신트를 매각하면서 천문학적인 부자가 되었지만 자신의 프로그램을 놓지 않았다. 행크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인공지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데이터를 자체분석하고 실시간으로 결과를 제출한다. 세상은 더 이상 한 개인의 삶에 우호적이지 않다. 데이터베이스에 갇힌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행크는 그의 행적에 비해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선택은 세상의 관점을 바꾸어놓았다. 무엇을 질문하고 무엇을 희망할 것인가? 이제 그 선택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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