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 의학의 새로운 도약을 불러온 질병 관점의 대전환과 인류의 미래 묻고 답하다 7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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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발발한지 6년이 지나갑니다. 간혹 바이러스에 대한 뉴스가 들리지만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전쟁에 필적할만한 고통과 아픔,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덕분에 자산 만만하던 인류의 사고에도 커다란 오류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무시되었거나 잊혔던 생명에 대한 재고와 전염병은 언제든 인류에 가혹한 시련을 줄 것이란 생각입니다. 태초이래 인류는 수많은 질병들과 사투를 벌여왔습니다. 성경을 비롯한 최초의 문서엔 이해할 수 없는 전염병으로 대다수의 사람이 고통과 죽음을 겪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인류는 질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를 기록해 왔습니다.

 

인간은 상상력을 통해 허구를 진실이라 믿는 뇌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와 문자의 발견은 인간의 지구 정복 역사를 세세하게 증명합니다. 문명은 공동체의 형성과 함께 빠르게 성장해 왔습니다. 집단생활은 수렵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풍요를 가져왔지만 집단질병이라는 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원시사회, 질병은 신의 분노와 형벌이었습니다. 사제계층이 등장하고 질병은 의술의 신만이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BC 6세기경,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으로 추앙받습니다. 뱀 한 마리가 휘감긴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현대의학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당시 의학은 신화와 상상의 영역이었습니다. 간혹 풀이나 약초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신에 대한 강한 믿음과 복종, 헌신이 최우선적 조건이었습니다.

 

이는 분자생물학을 중심으로 초과학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현세에도 유효합니다. 과학적 치료를 거부하거나 극적인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은 신에 대한 기도나 자연치유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문자의 발견과 함께 지식이 축적되고 확장되면서 자연과학이 탄생합니다. 신의 의존을 벗어나 환자를 관찰하고 주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불치병에 걸린 왕의 증상을 꼼꼼히 살펴 원인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한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됩니다. 부유한 경제조건과 탁월한 정치시스템, 열린 공동체를 형성했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에서 뛰어난 사상가들이 탄생하며 생명과 자연에 대한 본원적인 탐구를 시작합니다. 그들은 자연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와 함께 인간신체의 구조적 특징을 유추하고 기능을 탐색하는 기초를 세우게 됩니다. 히포크라테스학파의 체액불균형이론은 당시 질병을 이해하는 최적의 해결방법이었습니다.

 

흔히 중세를 암흑시대라 말합니다. 하지만 15세기 르네상스는 인류의 사유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게 됩니다. 12세기 대학 설립과 동시에 의학도 새로운 가능성을 맞이하게 됩니다.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체액병리학은 18세기까지 서구의학의 관점을 지배합니다. 원근법 발견과 함께 새로운 학풍이 전파되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중심으로 심미적 해부학이 확산됩니다. 해부학은 병리학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습니다. 인체 해부는 해부학 극장에서 만인들의 관람 하에 실행되었고 해부학은 의학에 혁명을 가져옵니다. 의사들은 질병의 원인을 새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해법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본 책은 기원전 3000년부터 현대까지 인류가 질병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한 의학적 지식을 넘어서 왜 그러한 결과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중심으로 질병과의 이해관계를 고찰합니다. 저자는 이를 관점의 해석이라 말합니다. 고통이나 감각의 본질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개념의 변화가 질병의 발생과 증상의 발현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고대 인류의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당시의 시대적 관점이었습니다. 질병도 예외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질병의 개념과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습니다. 14세기 흑사병과 20세기 스페인독감, 21세기 코로나19는 인류에 기혹한 고통을 심어준 전염병이었습니다. 하지만 질병에 대한 대책과 치료법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생명체는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질병에 대한 역사를 서술하면서 인류의 인문학적인 사건들을 디테일하게 고찰합니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미세움직임이 결국 관점의 차이를 만들고 질병에 대한 해법을 확장시켰다고 이야기합니다.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 과학적 발견과 기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분자생물학을 넘어 개인맞춤형 치료법까지, 암을 비롯한 수세기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질병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의 시대입니다. 의학은 앞으로 어떤 시대를 가능하게 할까요? 질병의 관점으로 본 인류의 미래를 역사적 관점으로 만나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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