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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우종영 지음, 조혜란 그림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생태감수성, 살아있고 능동적이며 감각을 느끼고 받아들이며 생동한다. 생태감수성은 동일한 조건을 공유하는 살아있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의미한다. 자연속의 인간, 인간속의 자연이다. 생명과의 관계, 감정과 환경,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이해하는 생태적 과정이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의 교류를 통해 삶을 유지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스스로에 의미를 부여한다. 생명에 대한 의식부족이 인류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일상이 비일상화 되어가고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번 바뀐 징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지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 생명체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아름다룬 시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본 책의 제목엔 저자의 생태에 대한 고민이 가득 담겨있다. 본 책의 특징은 생태언어의 복원이다. 저자는 과학, 철학,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존 관념을 재해석한다. 그의 문학적 해석은 감(느낌)의 높낮이라는 마음의 깊이와 함께 시작된다. 마음은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적 과정일까?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무의식적 감정에 의해 작동된다. 저자는 마음을 흔들림이라 말한다. 오락가락하는 감정, 하지만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 그런데 마음이 인간에게만 있을까? 감정이입(empathy)은 타인의 내면에 들어가는 행위다. 타인이 되어보는 것, 타인과 동일시하는 공감(sympathy)보다 더욱 적극적인 태도다. 혹 마른 나무에 물을 줄 때 뿌리에서 줄기를 통해 잎에 이르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느낀 적이 있는가?
왜 어린아이는 동화책의 토끼와 거북이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일까? 성장할수록 이해 타산적이 되는 이유는 인간중심적인 사회구성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감정이입이 필요하다. 자연에선 사용하지 않았던 감각이 열린다. 새소리, 물소리, 그리고 바람소리가 들린다. 조금 더 집중하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치유를 선물하고 평화를 가져다준다. 호흡을 마주하고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생태감수성은 각각의 생물체가 고유한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자연과의 고립은 인간성 결핍을 가져온다. 생태의 미묘한 변화를 인지하고 어떻게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지 사유하는 것, 자연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 생명체의 공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 생태감수성이 필요한 이유다.
누구나 각자가 경험하는 세상이 있다. 독일어에 umbelt 란 단어가 있다. um은 주변이란 의미고 belt는 환경이다. 움벨트는 자기중심적 세계관이다. 즉, 세상엔 하나의 시공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에 따라 수많은 자기만의 시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동일한 환경 속에 살면서도 동시에 경험되는 세계는 없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경험이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움벨트는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생존에 대한 저마다의 특징이 다르듯이 생명체가 이해하고 바라보는 세상도 다르다. 식물보다 복잡한 감각시스템을 지녔다고 뛰어난 것은 아니다. 밝고 어두움만을 감지하는 식물들을 통해 인류는 수만 년 동안 삶의 터전을 일구어왔다. 움벨트는 종에 대한 특별한 관점을 제시해준다. 또한 인간이 만든 척도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아야함을 강조한다. 식물은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인지하고 있을까?
본 책은 感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표현한다. 자연언어와 생태언어의 교감을 통해 자연철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2장의 性은 지구를 중심으로 세상을 아우르는 자연적 질서를 이야기한다. 바람을 양지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라 표현이 인상적이다. 대류와 순환과정을 이해한다면 바람의 이동에 따른 변화를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3장은 生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몸을 둘러싼 다양한 생명체의 세계를 소개한다. 그리고 4장의 態와 5장의 受를 통해 생태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이 시작된다. 결국 상생과 공존이다. 인간은 자연에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받기만 한 태생적 한계가 자연과의 교류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거저 얻은 것에 의미를 두기 쉽지 않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런 편안함이 지속될 수 있을까? 마치 지구는 처음부터 인간을 위해 존재해왔다는 생각, 불편함은 새로운 시각을 일깨운다. 자연은 언제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불편한 사고를 통한 경계의 재해석은 현실을 반추한다. 기후위기,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인류에겐 풀리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인정하기 싫을지라도 결국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누군가는 지구를 떠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빠르게 지구를 오염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태감수성은 상생이다. 지구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다면 지구를 모태로 삼는 생명체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그나마 시간이 있을 때 준비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생태감수성은 생존전략이다. 저자의 특별한 생태적 감각과 뛰어난 언어적 해석이 돋보이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