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에서 존재와 참을 묻다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
벤진 리드 지음 / 자이언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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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가 구체적이고 실체화 되어가고 있다.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인간의 심리적 변화마저 인공지능에 의탁할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의 지식이 디지털로 전환되며 인간의 사유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했던 철학마저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능성은 항상 현실화되었다. 그런데 인간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다루는 철학을 인공지능에 의지한다면 인간은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지금껏 주창해왔던 존재와 인식, 참과 거짓, 이상과 현실의 경계선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혹자는 디지털 세상이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존재해야할 의미는 무엇인가? 사유는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는 사유뿐이다.

 

당대 철학자들은 존재와 인식에 관한 수많은 철학적 논증을 제시해왔다. 불가역성의 자연현상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위해 천문학과 신학을 만들었고 공동체의 확산에 따라 국가라는 정치적 이념집단을 형성했다. 위계질서, 계급사회, 정의, 자유, 평등과 같은 개념도 시대적 요구나 상황에 따라 결을 달리하며 철학적 논쟁의 핵심이 되어왔다. 시대는 항상 새로운 이념을 요구한다. 2000년 전의 사상이 현시대를 입증할 수 없듯이 철학적 논증도 시대에 따라 끝없는 부침을 겪어왔다. 사유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진실이라 여기는 모든 것의 이면엔 거짓이 아닌 또 다른 진실이 숨겨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유는 실체에 도달할 수 없다. 존재는 인식행위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나라는 존재를 깨닫기 위해선 인식이 필요하다. 저자는 고대로부터 인류의 오랜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존재와 참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우린 무엇을 통해 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앎은 인식의 과정이다. 인식은 대상이 필요하고 존재는 인식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낸다. 우리가 존재를 자각하는 순간부터 사유의 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유는 객관적이며 주관적이다. 또한 시대, 배경, 문화마다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진실에 대한 의미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진실이라 했던 모든 경우들이 시간에 따라 대체된다. 현재 진실이라 여기던 것들도 결국 과거의 일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느끼는 혼돈과 혼란이다. 당대 철학자들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으며 스스로에게 납득시켰을까? 저자가 고대철학자들의 사유와 행동을 디지털세상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려놓으려는 이유도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그들이라면 AGI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은 인류에게 어떤 철학적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

 

저자는 위대한 거인들의 사상과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디지털 휴먼으로 재현하기 위해 인문학적 콘텐츠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본 책은 총 3부작인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주제인 존재와 참을 다루고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헤아릴 수 없이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헤시오도스는 어떤 상상에 잠겨있었을까? 아무런 기구도 도구도 없이 오직 감각으로 느끼는 자연현상 앞에서 사람들은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신화를 창조한다. 우주의 세계관은 철학자들의 상상에 불을 지핀다. 시작은 특별한 조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혼돈과 무질서를 상징하는 카오스는 질서와 자연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좋은 초기조건이다. 신화는 세계의 기원, 인간 존재의 이유, 자연의 질서, 관계론을 중심으로 사고의 확장을 가져왔고 종교관의 형성으로 새로운 계급문화를 탄생시켰으며 형이상학 사유의 출발점이 되었다.

 

유일신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고대 이집트 파라오는 신으로 숭배를 받는다. 덩달아 신전을 관리하는 사제단의 권력이 배가되고 이들은 신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을 설파한다. 그들이 섬겼던 아덴(태양신)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었다. 빛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인간은 태양이 비출 때 사물을 보고 인식한다는 것과 유사하다. 초기인류는 존재론적 의미를 신의 개입으로 해석한다. 이는 세계의 균형을 의미하는 다신교의 확장을 의미했으며 범신론, 유일신론으로 확장된다. 아덴에 관한 논쟁은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사유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만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철학적 선택이었고 사유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거인의 어깨에서 존재와 참을 만날 수 있을까? 너무 깊고 심오한 철학적 사유가 눈앞에 다가온다. 우선적으로 짧지만 깊이 있는 철학적 주제를 펼치고 있는 본 책의 구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존재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변화시켜왔으며 구성해왔는지 읽는 내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1장 헤시오도스의 신화적 세계관으로부터 20장 가브리엘의 존재는 의미장으로 나타나는가 까지 인간 존재와 세계에 대한 다각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어떤 내용은 시대를 불문하고 커다란 깨달음을 전해준다. 하지만 철학은 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이면에 담긴 철학적 사유는 생각의 범위를 넓히고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근사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교양을 사치가 아닌 생존의 도구라 말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혜를 대체하리란 기대는 자신의 선택과 자유의지를 포기한다것을 뜻한다. 생각이 없는 사회가 진행 중이다. 자이언트톡이 지혜를 대신 해줄 수 있을까?그 어느 때보다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시기다. 거인의 어깨위에서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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