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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대의 마음 수업 - 고전의 숨결에서 길을 찾다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7월
평점 :

합내외(合內外) 평물아(平物我), 송대 성리학자 주희의 근사록에 나오는 겉과 속을 하나로 하고 나와 남을 평등하게 보라는 말입니다. 내면과 외면이 같다는 것은 거짓이 없다는 것이며 삶이 진실되고 말과 행동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희의 말은 과거뿐만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도 큰 시사점을 전해줍니다. 품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공인이라는 사람들의 이중적 잣대는 사회에 큰 공분을 일으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이유는 세상을 믿지 않음이고 자신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이지요, 거짓된 자아에 익숙한 시대입니다. 타인의 시선에 의존할수록 내면은 잊혀갑니다. 我가 강할수록 他를 배제합니다. 평몰아는 나와 남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체로서의 부분에 불과한 인간이 과도한 자기몰입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요?
고요할 靜, 혼란하고 바쁜 시대를 안정적이고 평온하게 해줄 단어입니다. 정좌관심(靜坐觀心)은 고요히 앉아 마음을 보라는 뜻입니다. 진정한 내면을 바라본 적이 언제인가요? 잡다한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영적인 혼란이 지속될 때 지금 이 순간을 만나야 합니다. 생각은 구름과 같습니다. 텅 빈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念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마음 챙김은 강박과 압박을 잠재웁니다. 마음에도 쉼과 휴식이 필요합니다. 혼란할수록, 바쁠수록 고요히 앉아 마음을 관찰하라는 정좌관심을 떠올려봅니다.
마음이 단단한 이들이 있습니다. 주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갑니다. 이는 마음을 채우는 든든한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 책은 복잡하고 혼란한 시대에 평온한 마음을 가져올 수 있는 주옥같은 고전의 글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철학은 세상과 인간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기징 우선적인 것은 자신의 이해입니다. 스스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존재의 기원과 근원, 자연의 이치를 통한 세상을 읽는 방법,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아를 형성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구성합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삶의 등불과도 같습니다. 본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의 글귀는 번뇌와 갈등을 잠재우고 평온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져옵니다.
본 책은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가 내면의 성장과 다스림입니다. 많은 내용들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런데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이 인색과 교만이라는 구절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허영심은 교만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그런데 교만의 뿌리엔 인색함이 숨어있습니다. 인색과 교만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교만한 사람은 자신의 것을 나누기 아까워하는 인색함을 보이고 인색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더욱 교만해집니다. 겸손은 교만한 마음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인간이란 말엔 세상과의 교류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자신이 중요하다면 타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면을 바로 보는 것은 성장의 밑거름입니다. 공자는 사교차린, 기여부족관야이를 통해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그 나머지는 볼 것도 없다고 충고합니다.
두 번째 파트의 관계와 소통의 지혜 중에서 遏人慾(알인욕)存天理(존천리)를 주목합니다. 사사로운 이기심을 절제하고 이치와 도리를 따르라는 말입니다. 매 순간의 선택과정에서 의리와 이익이 눈앞에 놓이게 됩니다. 당장의 이익을 추구할 것인가 힘들더라도 순리를 따를 것인가? 어쩌면 현대인들에 가장 필요한 질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빠른 시계적 흐름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생 본래의 목적은 배움을 통한 성장입니다. 수많은 유혹이 성장의 길을 막고 있습니다. 당신 인생의 나침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습니까?
시대가 변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고전의 어록이 여전히 품위를 잃지 않고 죽비를 울리는 것도 현대인들에겐 커다란 복입니다. 잘못된 습관과 생각, 관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파트는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이야기합니다. 그 중심 이야기중의 하나가 患不知人(환부지인)입니다. 공자는 환부지인을 통해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근심거리로 여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나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기 보다는 타인의 가능성과 장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마음을 더욱 걱정하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환부지인은 주위 사람에게 집중하는 의미입니다. 파편화되고 분열되는 공동체 속에서 개인은 더욱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게 됩니다. 왜 모두들 현 시대를 불안하다고 말할까요? 그런데 인간의 역사에 평화로운 시대가 존재했던 경우는 극히 순간입니다. 어쩌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고민과 불안을 안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세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고전의 숨결을 통해 배움의 길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