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생각은 구름과 같다. 형체도 다양하고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간다. 가만히 있으면 어느 순간 다른 곳으로 뛰쳐나가고 은근슬쩍 친구 등에 기대어 자취를 감춰버린다. 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내 마음도 구름과 같다. 형체를 알 수 없지만 마치 뭔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 그 느낌이 감정을 일으키고 몸을 움직인다. 생각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 앞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가끔 생각도 휴식이 필요하다.

 

소소한 흔적들이 나를 일으킨다. 작은 움직임이 마음을 동요시킨다. 반복적인 일상은 오래된 시간을 흠모하고 어느 순간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지금 바라보는 것은 오래된 시간이다. 런던은 이유 없이 좋은 곳이다. 아니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좋아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수많은 오브제와 거리들, 그들을 기억하면 익숙했던 시간보다 느린 시간을 만나게 된다. 미세한 진동이 우주를 가로지르듯 우리의 삶도 아주 작은 진동으로부터 시작되지는 않았을까?

 

다양한 모습과 생각들,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걸까? 같은 모습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 속에서 자기 존중을 찾기 어렵다. 다르게 태어나 자기답게 다르게 살아가는 일, 너무나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있는데도,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료는 생각 없는 생각을 통해 세상에 갇힌 나를 찾아 나선다. 베이글과 베이커리, 카페 하이웨스트와 레이어드는 그녀가 선택한 삶의 흔적들이다. 그녀만의 이야기를 만나고 숨 쉬며 시간과 공간을 이어가는 곳이다.

 

우연히 들른 몬머스에서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삶의 모습을 엿보았을까?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소심한 마음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투영했던 소소한 오브제들이 떠오른다. 존재의 실존, 현재에 다가선다는 것, 모든 이들이 가슴에 담긴 삶의 모습이지만 왜 순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것일까? 잔뜩 부풀린 시간 속엔 진실이 없다.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는 것,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시간이 아닐까?

 

료의 생각 없는 생각 속엔 료만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 하루의 의문이 질문이 되고 호기심이 삶이 된다. 우린 어떤 삶에 익숙해지는 것일까?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녀만의 시간 속에 비친 얼굴, 수많은 오브제와 글들은 그녀가 살아가는 의미를 투영한다. 나로 살아간다는 것, 쉽지 않지만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기에 당연함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 시간이 쌓이면 축적된 나의 모습을 누군가는 봐주지 않을까? 료의 진솔한 생각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무는 숲에서 성장한다. 수많은 동료들과 수분을 나누고 햇빛을 경쟁한다. 틈사이로 작은 생명이 태어나고 그들은 살기위해 투쟁한다. 하지만 화분에 갇힌 나무는 자기의지가 없다. 물을 주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수분을 가져올 수 없다. 나무의 생존은 주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우리의 삶도 나무와 닮지 않았을까? 나를 찾아가는 여정엔 수많은 언덕이 앞을 가로막지만 때때로 디딤돌이 되어 큰 도약을 이루기도 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타인의 모습이 자신을 대신할 수도 없다. 오직 자신의 생각, 자신의 한걸음이 자신을 만들어갈 뿐이다.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정처 없는 마음이 떠오른다. 방황하는 것도 자유다. 인생이 방황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인생에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다. 누군가의 삶이 아닌 자신이 되라는 그녀의 외침이 가슴 깊이 울려온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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