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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2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정영훈 엮음, 최기원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정당정치의 부활, 민주주의는 다수 의결에 따라 정책이 정해지고 구속력을 지닌다. 법률은 소속집단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자유 범위를 결정한다.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선 다수의견을 존중해야하고 개인의 자유를 한정 짓는 규정과 규칙이 필수적이다. 이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제되어야할 조건이다. 그런데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수록 개인이나 소수집단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과거의 규정과 규칙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 어느 시기보다 강한 권력을 지닌 사회공동체는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구속할 수 있는가? 자유에 대한 담론은 민주주의를 추종하는 국가들의 민감한 주제다. 자유에 대한 생각에 따라 개인의 삶의 방식과 의미,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9세기, 기존의 삶을 뒤흔든 산업혁명은 밀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공리주의를 최선의 철학으로 여겼지만 그가 마주한 세상은 모순과 오류로 가득했다. 특히 산업자본주의 성장이 가져다준 인간의 질적 저하는 개인의 자유침해로까지 이어지며 인간존재 의미에 의문을 제시하게 된다. 자유는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역사다. 개인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며 지위와 계층, 세습이라는 사회구조는 인류 역사의 대부분 시간을 장악해왔다. 밀의 자유론을 통해 기계문명화가 만들어낸 사회공동체의 권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가 우선적으로 꺼내든 것은 다수의 횡포다.
급격한 사회변화의 중심엔 거대한 사회 권력이 있다. 밀은 여기에 도덕, 관습, 보이지 않는 기대, 법과 제도등을 덧붙인다. 이들은 도덕적 비난, 집단적 압박, 배제등과 같은 수단으로 공동체의 생각과 방식을 따르라고 강요한다. 사회 권력이 성장할수록 개인의 자유가 축소된다. 밀은 관습이나 도덕적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오류가 존재하며 소수 의견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견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는 꾸준히 일어난다. 다수에 기대어 자기구속을 가진 이들은 스스로의 판단을 바꾸려하지 않는다. 다수는 공동체가 믿는다는 사실하나만으로 개인의 믿음이 진리인양 받아들인다. 이런 견해는 지금도 대다수의 공동체를 통해 나타난다. 정당정치의 한계는 소수의 판단이 배제된다는 것이며 자신만이 정답이란 모순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의사표현의 자유,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존재의미는 무엇인가? 자유는 사회구조와 결을 같이한다. 밀은 표현의 자유가 실천의 자유로 이어져야한다고 말한다. 관습은 생각을 얼어붙게 만들고 다른 생각을 배제한다. 표현적 자유는 진실을 투영한다. 설령 오류가 있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야하며 어떤 의견이 참이고 진리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다. 자신이 결코 그릇될 수 없다는 무오류성은 자신만이 진리라는 편견에 갇혀 세상을 올바로 보지 못하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의견의 자유를 위해선 공정한 토론이 필요하며 표현방식은 타인의 경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 밀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자유는 타인의 권리 침해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등 어떤 자유든 개인의 의지로 이해할 수 있지만 타인에겐 어떠한 해도 기지지 않아야한다는 전제조건을 강조한다.
자유론은 읽기 어렵다는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본서는 고전적 사유를 현대인의 눈높이로 재해석하며 자유론을 친근하게 가져다 놓았다. 자유에 대란 담론으로부터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적 권력, 진리에 다가가기 위한 표현의 필요성, 그리고 인간의 개성에 담긴 자유의 본질에 대한 심도 있는 철학적 고찰을 소개한다. 기업적인 측면에선 소수의 천재성을 이야기하고 정치적인 측면에선 여론의 자율성을 꺼내든다. 여론이‘다름’을 억압하면 문명은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밀의 선견은 현시대 여론정치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밀이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또한 정보의 범람화가 진실을 가로막고 오류와 모순을 반복한다면 사회 권력의 강화가 더욱 필요하진 않을까? 그럼에도 표현과 의사의 자유는 지속되어야한다. 밀은 세상의 흐름에 저항하라고 말한다. 관습은 생각을 굳혀 행동을 멈추게 만든다. 자유는 각자의 이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밀의 해석이 전부 맞을 리 없다. 하지만 그의 자유론은 인간에 대한 심원적인 성찰을 가져왔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 타인을 구속할 수 있는가? ‘인류가 개인이든 집단이든 타인의 행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목적은 오직 하나, 자기보호뿐이다.’밀은 자유가 지닌 한계와 책임의 역할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