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루소가 쏘아올린 공 - 무언가를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김지명 지음 / 비엠케이(BMK)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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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습은 무척 다양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길을 걷기도 하고 같은 생각을 하지만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삶의 길들이 모여 큰 길을 형성하고 큰 길이 조그만 길을 만들며 생의 다채로움을 더합니다. 다르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만날 수 있고 자신의 확장이 삶의 범위를 넓혀주기 때문입니다. 다양함을 이해하는 것,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연결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느낄 때 삶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합니다.

 

늦은 나이란 주관적일까요. 객관적 판단일까요? 어렸을 적부터 신동이란 소리를 들으며 예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정해진 인생의 과정을 거치며 특별한 삶의 중심에서 수많은 이들에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예술세계를 선보입니다. 루소가 활동하던 시대에도 피카소, 세잔느, 고갱과 같은 유명인들이 뛰어난 작품을 선보이며 시대를 풍미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술계는 화풍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가 형성되었고 이를 벗어나면 상당한 모욕과 치욕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예술에 대한 강한 울타리가 존재했던 시대입니다. 평생 세관원을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루소는 40이 다된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1885년 샬롱 드 샹젤리제에 출품한 루소의 작품은 비평가들의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합니다.‘붓 대신 손을, 손가락대신 혀를 사용한 6살짜리 그림 같다,’루소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평가가 신문에 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했다고 합니다. 특히 고갱은 거짓 찬사를 보내며 루소를 조롱했는데 루소는 유명화가로부터 인정받았다며 대단히 만족합니다. 타인의 조롱과 멸시에 대한 루소의 순수성과 정직, 관심과 배려는 이후 예술계에서 큰 화제가 됩니다. 하여튼 루소는 어떤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실히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를 통해 자신을 알려갑니다.

 

루소의 작품은 독일 비평가 우데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또한 초현실주의 화파를 이끌었던 시인 브르통은 루소의 그림을 통해 초현실주의의 이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루소는 그림의 소제를 찾기 위해 파리국립식물원을 자주 방문합니다. 식물원의 다양한 생명체는 그에겐 미지의 대상으로 보였고 상상을 덧붙여 생동감 있고 신비로운 세상으로 구현됩니다. 1907년 작뱀을 부리는 마법사는 명암을 이용한 루소의 초현실주의 매력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도하리만치 커다랗게 표현한 식물의 형태와 색감, 그리고 구도는 마치 과거와 미래가 혼재하는 듯한 미지의 세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화려함이나 세밀함은 없지만 생각을 멈추게 만드는 색감과 명암의 혼재가 무척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저자는 본서를 통해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루소의 열정과 삶의 철학에 깊은 공감을 표현합니다. 저자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에 중요한 삶의 가치를 깨달았고 뉴욕에서 우연히 만난 루소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루소는 타인의 시선과는 무관한 삶을 선택합니다. 내가 누구여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 화가는 이래야 한다는 예술적 기준, 그에겐 그림 그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습니다. 어떤 교육이나 도움 없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즐거움과 흥에 넘치는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주변의 조롱과, 괄시, 무시를 온화한 성격과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가난 때문에 고생했지만 화가로서 성공한 뒤 불쌍한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나누어줍니다. 지극히 현실에 충실하며 현존하는 삶을 살다간 예술인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루소의 감추어진 내적인 변화를 소개합니다. 루소의 작품엔 과거 자신을 사랑했던 많은 이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또한 그가 존경했던 수많은 예술인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림은 루소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말할 수 없었던 사랑과 삶의 애환, 세상에 대한 풍자,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가 전해준 메시지는 조용히 가슴에 스며듭니다. 저자는 후반부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제2의 인생을 강조합니다. 나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시대입니다. 누구나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스스로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100년 전 루소는 스스로가 선택한 삶의 진실성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루소가 쏘아올린 공을 누가 받을 수 있을까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예술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생각이 멈춘 것뿐입니다. 루소의 열정과 순수함에 마음을 더해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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