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양장본 6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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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삶에도 격이 있다는 생각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스스로를 실격이라 말하는 이는 자신의 삶에 어떤 상실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가? 그 어느 때보다 개인에 대한 애찬론이 확장되는 시기에 전쟁 후유증을 겪고 있는 한 젊은이의 수기는 파편화, 분열화, 분리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나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공동체를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 ‘는 타인이 존재함으로 가능하다. 인간이란 개념도 하나가 아닌 둘이다.

 

인간실격은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그린 내부소설로 알려져 있다. 다자이는 전후 사회질서와 도덕관에 환멸을 느낀 일본 젊은이들에 다자이열풍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인간실격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사소설이라 불린다. 자신의 삶과 내면의 갈등을 거침없이 소설을 통해 풀어간 것이다. 이는 소설이 세장의 사진과 함께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세장의 사진,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그리고 무력한 삶이 지배한 정신병원에서의 시간이다. 사진속의 주인공은 그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다.

 

너무도 부끄러운 생을 살아왔습니다.’첫 번째 수기의 시작은 자신의 삶 전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 그런데 모순이다. 왜 부끄럽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인간 생활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고 토로한다.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하지만 왜 어두컴컴한 식당에서 말없이 밥을 먹어야 하는지 소름이 돋는다고 불평한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두렵다. 결국 타인을 속이기 위해 광대 짓을 선택한다. ‘그건 인간에 대한 내 마지막 구애였습니다.’그는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관계를 끊을 수 없었다.

 

그의 광대 짓은 그럭저럭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백치 같은 아이 다케이치는 자신의 의도를 눈치 챘다. 다시 불안과 공포가 엄습한다. 다케이치를 포섭하기 위해 눈물겨운 희생이 시작된다. 비가 쏟아진 어느 날 다케이치를 통해 뜻하지 않는 예언을 듣게 된다.‘여자들이 너한테 홀딱 반하겠다.’그는 유년시절부터 수많은 여자들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요조에게 여자는 난해한 존재였다. 생각과 행동이 수시로 변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생물체였다. 화가를 꿈꾸던 요조는 호리키를 만나며 술과 담배, 매춘, 전당포, 좌익사상에 빠져들게 된다. 호리키는 진짜 도시건달이었다. 일탈은 뿌리가 깊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를 거쳐 가지만 동반자살을 선택한 쓰네코에게서 공감을 공유하게 된다.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인간실격,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이라 말한다.

 

인간실격은 순수함을 갈망하던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에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은 자기 파괴적 행위를 통해 현실과 타협을 시도하지만 결국 미치광이 폐인으로 낙인찍힌다. 삶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삶을 지배한다. 끝없는 갈등과 분리불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욕망의 발현, 쾌락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한 인간의 절규는 인간 존재의 어두운 면과 연약함을 마주하게 한다. 인간실격은 수세대를 거쳐 오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던 유년시절의 모습, 역시 괴담을 떠올릴 듯한 묘한 기운이 감도는 학생시절, 께름칙하고 불길한 냄새를 풍기는 기괴한 노년의 모습, 세 가지의 수기를 관통하는 저자의 모습은 감추어진 인생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지독한 그물에 갇혀 발버둥치는 세대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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