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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양장본 4
조지 오웰 지음, 박유진 옮김, 배윤기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4월
평점 :

1949년, 전쟁의 휴우증이 전 세계를 휘감았다. 20세기를 열었던 화려한 부흥이 몰락하고 세계는 전쟁의 화염에 휩싸였으며 대공황은 인간의 삶에 근원적인 질문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인류의 운명은 가혹하리만치 평화와 거리가 멀었다. 더욱 질기고 혐오스러운 전쟁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전쟁은 삶의 모든 터전을 앗아갔고 인류에 커다란 상실과 상처를 남겨주었다. 당시를 전횡했던 조지 오웰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았을까? 지친 몸과 상처 입은 마음, 의지할 곳 없는 정신은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치열한 생존전략으로 치솟지 않았을까? 1949년 조지오웰은 먼 미래를 내다보았다. 1984. 그의 혁명적인 시나리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체주의는 자본주의, 혹은 민주주의에 대항하는 공동체적 삶의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만인의 평등을 주장하는 말도 되지 않은 논리가 전쟁을 겪은 세대에겐 그 무엇보다 달콤한 말로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엔 질서와 규칙이 요구된다. 디스토피아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겪어보지 않았던 미래는 적지 않은 희생을 강요한다. 결국 집단체제의 허상은 독재를 탄생시킨다. 만인의 평등이 독재와 소수 집단을 위한 대체제로 전락한다. 감시와 통제, 이는 디스토피아를 꿈꾸었던 이상주의자들에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온다. 실상을 알지만 말하지 못하고 온갖 음모와 배신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하는 모순이 삶을 지배한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그들이 원하는 평온과 평화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1984는 인간의 한계를 의심한다. 무의미한 작업의 반복, 의미를 이해해서도 해석해서도 안되는 세상, 기록되는 모든 순간을 의심하고 과거를 지우며 현실을 왜곡하는 세계, 왜 이런 세계가 필요하고 이런 삶이 존재해야하는 걸까? 집단광기를 해소하고 집단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전쟁이 필요하다. 일어나지 않은 전쟁을 만들고 존재하지 않는 적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필요한 사상을 주입시킨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경험을 탈색하고 철저히 과거를 부정한다. 시스템의 일부로 평생 서류를 조작하며 살아온 윈스턴은 자신의 삶에 강한 의문을 품게 된다. 항상 눈앞에 놓여있는 텔레스크린은 디스토피아의 인공지능이다. 오웰은 100년 앞을 내다보았던 것일까? 교묘한 눈속임으로 자신의 일거수를 흡수하는 인공지능 앞에서 윈스턴이 그토록 혐오했던 텔레스크린이 겹쳐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1984는 세계적 작품이다. 개인적 의견은 얼마든지 논할 수 있지만 담론은 해석하기 쉽지 않다. 너무 많은 사건이 펼쳐지며 현실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인간에 대한 심리적 고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믿음에 대한 배신, 자유에 대한 갈망, 사랑의 열정, 해석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자유가 박탈당한 상황에선 존재적 가치마저 희박하다. 우린 실시간을 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순간엔 그리 충실하지 못하다. 정의는 인류 공통의 의제인가? 자신 앞에 놓인 문제는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이해를 달리한다. 나의 정의가 타인엔 공포와 두려움을 안길 수 있다. 대체적으로 서구 심리학은 대중심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오랜 연구과정을 수행해왔다. 전체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선 탁월한 지도력이 필요한 독재자의 출현이 필수적이다. 그들은 권력유지를 위해 갈등과 분리, 불안을 조장한다. 특히 언론 장악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1984는 수많은 주제를 논제로 삼을 수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언론장악이다. 텔레스크린을 비롯한 당의 모든 일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데 집중된다.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반란에 대한 씨앗을 미리 제거하는 작업이다. 출판물의 소거, 모든 문화적 산물의 제거,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교육, 인류는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뉴스를 흡수한다. 오웰은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현세대를 짓누르는 알고리즘은 어떠한가? 당신의 선택은 정말로 스스로의 의지인가? 1984엔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구절이 있다. 빅브라더는 과거를 지배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과거를 떠 올리지 못한다. 1984의 틈새는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모든 것엔 틈이 있고 틈새엔 빛이 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빛으로 인해 다른 세상을 꿈꾼다. 영원한 고전 1984,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