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 - 2027년 반도체 골든 타임, 무엇을 준비하고 실현할 것인가
박준영 지음 / 북루덴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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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장을 기적이라 말한다. 기적엔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있다. 고뇌와 노력, 용기와 열정, 대화와 타협, 무엇보다 시대를 앞서는 혜안이 필요하다. 전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여겨졌던 한국에 빛과 소금을 선물해준 기업이 삼성이다. 물론 수많은 기업들도 저마다 역할에 최선을 다했지만 삼성의 선택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바이든 전대통령이 취임과 더불어 삼성공장을 방문한 것은 삼성이 세계경제에 주는 메시지였다. 물론 정치적 피폐와 리더의 부재가 빠른 침체를 가져왔지만 아직은 거함으로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위기는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수율이 문제라고 하지만 수율의 이면엔 수많은 고착된 허점과 난맥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은 한국 반도체의 위기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인류는 반도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반도체는 마치 물과 공기 같은 산업의 기초자산이 되었다. 인구 대다수가 반도체가 포함된 기기를 통해 일상을 살아가고 공유한다. 인공지능시대 또한 반도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확장될 것이다. 반도체를 거머쥔 기업이나 국가가 세계를 리드하리라는 것은 충분한 예상이다. 인텔 이후 생산라인을 다시 자국으로 흡수하려는 미국의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치명적이다. 동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라인은 그 나름의 특별한 목적과 의미를 가지며 국가적 자산으로 보호받고 있으나 여전히 정치적 이해관계로 불확실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다. 쉽게 접근하기도 쉽게 구상하기도 어렵다. 엄청난 자본과 의지뿐만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과 연구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위기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다. SK하이닉스는 HBM을 통해 새로운 반도체 강자로 떠올랐다. 과거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눈앞의 이익에 함몰되거나 경영전략 부재로 미래 먹거리를 놓쳤듯이 삼성 또한 HBM을 포기한 것에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했다고 리더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분기에 반도체 부분에서 삼성전자 이익을 능가할 것이라 예측한다. 엔비디아나 TSMC의 수년간 주가상승이 타 기업의 수배에 달한 것처럼 SK하이닉스 또한 승승장구다. 문제는 삼성의 위상이다. 국내 유일의 거대기업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를 해결하고 다시 일으키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 에너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잘못된 부분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진단, 교체가 필요한데 여전히 과거에 묻혀 한탄만 한다면 아무리 큰 기업일지라도 빠르게 함몰할 것이다.

 

본서는 삼성을 중심으로 한국반도체의 위기를 다루고 있다. 무엇이 삼성의 진짜 문제인가? 저자는 삼성반도체 연구소에서 10년간 일하며 삼성의 위기를 직접목도하고 반도체 산업의 실상을 예리하게 분석하며 파헤친다. 90년대 일본의 허점을 파고들어 한국으로 반도체를 가져온 삼성의 전략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삼성 임직원들은 그때의 감정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수십 년이 세월은 강철도 부식한다. 종합 반도체 기업의 위상도 중요하지만 세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 강기업들이 즐비한 대만의 반도체는 철저한 고증과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단일 종목에 올인하며 자동화에 집착한 삼성과는 대조적으로 기술 인력에 투자한 TSMC는 명실상부한 최고기업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왜 삼성은 TSMC와의 수율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수율은 반도체 이익과 직결된다. 높은 수율은 공정의 안정성과 제품의 품질을 보증해주기에 생산 공장은 수율을 잡기위해 사활을 다한다. 삼성과 TSMC는 수율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삼성이 탑다운방식을 구사한다면 TSMC는 바텀업을 사용한다. TSMC는 생산라인 체계가 확고하며 무엇보다 수십 년간의 기술 노하우가 이들의 최대 장점이다. 또한 고객과는 다투지 않는다란 사명이 삼성의 상명하복과 대조를 이룬다. 기업은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덕분에 한때는 한국경영에 찬사를 보냈지만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프레임을 놓치고 있다. 더불어 지배구조의 문제와 기술인력에 대한 퇴보, 잘못된 경영이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율은 그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본서는 삼성의 위기론을 시작으로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다룬다. ASML을 중심으로 한 슈퍼을과의 전략, 한국 중소반도체 기업들의 난제, TSMC의 성공 전략, 무엇보다 삼성의 내부적 문제와 공정, 설비의 실제적이고 고착적인 문제들을 꺼내든다. 저자의 해법은 상생이다. 병렬구조가 향후 반도체의 실세라면 이젠 수직적 내부 문제를 수평으로 바꿔야한다. 이들 위해서 기술 인력의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저자는 자동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고 말한다. 반도체는 갈수록 미세해지나 폭발적인 성능이 필요하다. 어려운 난제가 곳곳에 쌓여있다. 삼성의 위기는 한국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정책 입안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3년은 한국 반도체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과연 한국반도체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을까?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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