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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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것일까? 구소련이 무너진 이후 지금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감지 적이 없다. 이념이 중심이었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권력쟁탈과 기득권 유지가 초점이다. 권력추구는 인간의 동물적 본능이다. 헌데 민주주의 권력은 너무 자주 오용되고 변질되어 왔다.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최소한의 권리인 자유와 평등이란 단어가 민주주의를 가장 심하게 부정하는 단어가 되고 있다. 법은 사회 안정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지만 법 앞에선 누구나 평등해야한다는 원칙은 더 이상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원리가 아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진다. 법의 원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법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은 고도의 법 기술을 활용해 자신에 유리한 판결을 선택한다. 민주주의 주인이라는 국민의 자부심은 법 앞에 무너지고 있다.

 

미국인만 미국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수많은 국가들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직접선거를 획득했다. 투표권은 개인이 국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과 한 표를 통해 국정을 바꿀 수 있다는 자긍심을 내포한다. 또한 당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도 몇 년 후면 정권교체가 가능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21세기, 미국 민주주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건국 초의 근엄함과 상호존중이 사라졌다. 1801년 연방당 대통령 존 애덤스는 날이 밝기도 전에 워싱턴을 떠났다. 당시 민주공화당으로의 정권이양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었다. 상대가 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폭력적정치가 난무했던 시대에 그들은 미래를 선택했다. 애덤스는 정당하고 책임 있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후대에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제 막 탄생한 공화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200년이 지난 미국 민주주의는 본연의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 선거제도는 선거인단이 중심이다. 이는 다수표를 획득하고도 선거인단 선택에 의해 결과가 뒤바뀌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최근 20년간 공화당이 전체 득표율에서 민주당보다 많았던 적은 1번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은 3명의 대통령을 선출했고 여전히 현 투표제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종신제를 못 박은 대법관의 임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오래된 성향을 유지하면서 수십 년간 사법기관을 통제하고 있다. 1965년 린드존슨에 의해 어렵게 만들어진 투표권법은 2013년 대법원에 의해 제한되었다. 당시 대법원은 50년 전 사회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대법원의 판결이 사회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까? 그들은 더욱 애매모호한 근거를 내세운다. 2021년에도 대법원은 투표권제한을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결국 트럼프2기의 출현은 소수 독점의 결과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적 이슈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주의 원칙을 벗어나는 판결에 집중한다. 공정성을 잃어가는 시스템은 불투명한 미래를 암시한다. 민주주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세상이 바뀌면 시스템 또한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 민주주의를 망치는 최대의 원인은 표면적 민주주의자들의 득세다.

 

왜곡된 선거제도를 통한 극단주의자들의 헌법유린과 반다수결주의의 파행, 그들은 어떻게 민주주의란 가면을 쓰고 권력을 통제하고 있는가? 본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판단이다. 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또한 소수가 추구하는 극단적인 정책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 저자의 탁월한 분석과 해석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전략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저자가 시종일관 강조하는 개인이 믿었던 정체성의 파괴와 두려움에 대한 반발이다. 표면적 민주주의자들 역시 정치에 대한 애착보단 자신의 정당성이나 집단의 당위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에게 정치란 효용과 자기기반의 확대에 불과하다. 미국은 거대한 다민족 국가다. 복잡한 다양성이 미국을 이끌어온 힘이다. 그런데 소수 백인에 대한 정치적 책략이 미국 민주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민주주의는 거꾸로 가고 있다. 소수의 파행은 반다수결주의를 중심으로 다양성을 파괴한다. 건국 지도자들은 누구도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를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화당은 왜 민주주의를 저버렸을까? 극단적 우파가 갑자기 민주주의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호전적인 대통령의 출현으로 미국은 또 다른 시스템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미국정치는 세계국가들에 적지 않은 파급을 가져온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 복잡성이 증가할 것이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경쟁은 과거와는 다른 정치행위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과정을 공정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면 자유와 평등이라는 최소한의 원리가 사라질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원칙이다. 원칙을 벗어나면 다수의 피해자가 생길 것이며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어날 것이다. 민주주의는 왜 다수의 선택을 존중해야하는가? 그리고 그 선택을 받아들여야하는가? 민주주의 위기가 시작된 것일까? 민주주의와 우리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정치적 해법을 만날 수 있는 소수의 독재(Tyranny of the Minnority),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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