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우리 사람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의 반전은 뜻하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 자신과는 무관할 줄 알았던 세상이 갑자기 훅 들어온 순간 모든 것은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지니게 된다. 가끔은 비현실적 상상이 현실의 매개로 다가와 삶을 혼동시키기도 한다. 삶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을 걷는다. 가끔 일상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누군가의 손짓이 일상에 침투한다면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혹 자신에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선뜻 제안에 응할 것인가? 스파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단지 알기 어려울 뿐이다.

 

아바나에 거주했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워몰드,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카톨릭 학교에 다니는 딸 밀리다. 이제 곧 밀리의 17번째 생일이 돌아온다. 평소와 다름없이 인근 바에서 닥터 하셀바허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눈엔 근심이 가득하다. 그는 지금 부진한 사업으로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미래를 암울할지라도 워몰드는 밀리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생일을 앞두고 비싼 말을 스스럼없이 구입하고 승마를 준비하는 딸을 볼 때 울화통이 치밀지만 아직까진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고 싶다.

 

그런 워몰드 앞에 건장한 영국인이 나타난다. 그는 워몰드의 일상을 거의 아는 것처럼 말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시 만난 이방인은 워몰드에게 아바나 스파이를 요구한다.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일정한 급여를 준다는 말이 가슴에 꽂힌다. 그는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누구를 대상으로 한다는 말인가? 이방인은 영국첩보기관 소속인 호손이다. 호손이 돌아간 후 바셀바허를 찾은 워몰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바셀바허는 고민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을 이용하라고 말한다. 속고 속이는 사람들 틈에서 누가 누구를 속이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것이다. 마음이 좋진 않았지만 워몰드는 자신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워몰드는 아바나에 거주하는 주요인물을 포섭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그는 출장을 핑계로 쿠바 도시를 돌아다니며 작성한 보고서를 호손에게 보낸다. 영국기관은 워몰드의 보고서를 읽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지금 쿠바에선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워몰드의 보고에 따르면 산을 깍은 거대한 기지에서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알 수 없는 기계에 무척 당황한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사진이 필요했다. 결국 워몰드에게 지시가 하달되었다. 때마침 워몰드를 찾아온 비어트리스는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을 보며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사건은 이상한 방향을 전개되는데, 스토리는 반전을 내포하고 있다.

 

본서는 제2차 세계 대전중 실제로 M16에서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그레이엄 그린의 1950년대 아바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팽배한 시기에 그린은 풍자소설을 통해 현실정치를 비판하며 인간의 모순과 의심,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의 실체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딸에 충실한 워몰드, 그의 상상은 현실을 만들어간다. 일순간 우리의 현실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나의 의지일까, 누군가의 전략일까? 그들도 또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신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지는 않을까?

그레이엄은 아바나의 우리사람이란 제목을 통해 이방인과 우리라는 경계선을 설정한다. 어쩌면 우리의 무의식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침침한 어둠이 지나가면 햇빛에 부서지는 파도를 볼 수 있는 곳, 삶은 희망을 전제로 한다. 치밀한 플롯과 아름다운 배경이 돋보이는 아바나의 우리사람, 유머와 위트 그리고 해학이 가득한 책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