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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품격
김기석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평점 :

담장이 높아갈수록 세상은 안전해지는 걸까? 저자인 김기석 목사님은 낯선 타자에게 보내는 적대적 시선을 통해 높아가는 담장을 빗대어 자아의 경계선이 굳어감을 비판한다. 전쟁으로 땅을 잃은 이민자들에 대한 이해관계가 내분을 초래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울부짖음이 외면당하는 세상에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더욱 커다란 빗장을 걸고 있다. 그들의 바람대로 높아진 담장 안에 있는 이들은 행복할까? 담장 밖의 소리를 외면하는 이들에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산에 두고 길을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가는 목자의 발걸음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꺼내게 한다.
유튜브 채널 잘잘법을 통해 삶의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었던 김기석 목사님의 세상에 일침 하는 최소한의 품격이 출간되었다. 타고난 문필실력과 탁월한 어휘능력은 저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섬세하고 정직한 말과 글을 떠올리게 한다. 최소한의 품격 역시 수년간 저자가 일간지를 통해 발표했던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낸 저자만의 사유와 성찰이 돋보인다. 저자는 목사이기 전에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생의 목적을 이야기한다.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이지만 종교란 무엇을 향해야하는지 질문을 제시한다. 신앙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믿음이 다름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적보단 삶의 과정이 중요하다. 삶이 존재하기에 영생도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본서는 1부, 삶을 잃어버리다를 통해 지구 안에 갇힌 인간의 구조적 모순과 외부적 요인으로부터의 생각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세상은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일상으로 전해지는 두려움을 연상시킨다. 지구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땅위의 모든 생명체가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기후 재앙에 대한 인간의 생각은 거의 무변하다. 눈앞에 있는 이익이 절대적 진리라 여기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지구는 더욱 강렬하게 에너지를 분출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곳에서도 희망을 꺼낸다. 메마른 땅에 꽃이 피듯이 무너진 우리의 마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꽃이 필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역사는 인류에 커다란 가능성과 축복을 안겨주었다. 지구는 다시 꽃을 피우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것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말들이 난무한다. 선동적 언어와 거짓뉴스가 마음을 휘젓고 이를 편승한 정치인들의 모략이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혼란스럽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난장판이다. 언어는 자신을 상징한다는 말이 우스울 정도로 말을 통한 무분별한 공격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고대 그리스왕은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려는 직책이 아니었다. 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정자로 인식되었는데 왕을 뜻하는 말인 코스메토르는 정돈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왕이 되고픈 권력자들이 많아진다. 그들에 권력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청산할 사치품처럼 여겨지는 것일까? 권력이 자리를 찾지 못할 때 세상은 울부짖고 이를 오롯이 받는 이들은 가장 가난하고 갈 곳 없는 이들이다. 법조차 무너지는 세상에 무엇이라도 제대로 작동하겠는가?
한국교회의 기능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일순간 건물마다 빼곡하게 들어선 교회간판이 눈길을 끈다. 이토록 많은 교회는 시회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교회가 없어서 신앙을 믿을 수 없는 것일까? 자기 확신에 가득한 정치목사의 일상을 누구도 일침하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가 세상을 자유롭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이 요즘처럼 깊이 다가온 적이 없다. 사회가 파편화되고 분산될 때 분노와 좌절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종교는 알 길이 없으나 종교를 빗댄 사회는 중세시대로 만족하고 싶다.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류의 고민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 자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호모데우스를 꿈꾸는 인류에게 어려운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효용성을 추구하는 인간에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편익을 위한 미래적 상상이 불확실한 미래를 확장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조건은 불확실성이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인간의 내면적 성찰을 이끌어왔을 것이다. 확실한 삶에 대한 인류의 열망,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대하는 삶의 자세와 태도다. 살아가는 의미와 목적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선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이 당신을 이끌고 있는가? 잔잔하지만 깊은 파도와 같은 김기석 목사님의 최소한의 품격, 흔들리지 않는 초석과 같은 그의 음성을 되새겨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