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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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반항적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이 300억에 낙찰되었다. 3년 전 16억에 낙찰되자마자 자동으로 파손되었던 풍선과 소녀라는 작품이다. 파손된 작품의 유일성, 독창성이 수집가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뱅크시만의 반항적 기질에 거액의 가치를 책정한 것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이 일로 뱅크시는 더욱 유명한 인사가 되었다. 뱅크시는 위선과 탐욕, 소외와 부조리,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풍자 벽화를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풍자한 던져지는 남자는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킨다. 그는 그래피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알려왔다 당연한 세상에 반기를 든 것이다. 타인을 이해시키기보다 자신의 삶을 살기위해 여기 있다는 그의 말은 삶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많은 이들에 용기를 심어주었다.

 

그림을 이해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혹 전시관에서 작품 앞에 서있는 이들을 보게 되면 나는 왜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까라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림엔 저마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화가는 그림 한 점마다 삶을 투영하고 인생을 이야기한다. 화가의 일생은 그림을 통해 전달된다. 그림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화가의 생각과 마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이 바뀌듯 그림의 소재. 구도, 기법도 진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주는 작품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그림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앙리마티스의 이카루스는 그가 말년에 색종이를 오려 만든 작품이다. 수술 후유증과 지독한 관절염으로 손가락조차 움직이기 어려웠던 마티스는 붓 대신 가위를, 물감대신 색종이를 선택해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이카루스는 언뜻 보기에 환희에 젖어 춤을 추는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밀랍이 녹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티스 자신을 의미한다. 이카루스는 담백하지만 뚜렷한 색상의 대비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우리네 인생 또한 이카루스와 닮지 않았을까? 마티스는 그림을 단순화시켜가며 자유분방한 색감을 표현했다. 극명한 대비는 그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피카소는그의 뱃속엔 태양이 들어있다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티스는 자신의 불안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다. ‘내가 이렇게 간절하고 절실하게 그림을 그렸다는 건 아무도 몰랐으면 한다.’는 그의 마지막 말엔 그가 보낸 삶의 철학과 인생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마흔에 보는 그림, 왜 저자는 마흔에 그림을 보아야했을까? 마흔은 인생의 중반이자 삶의 언덕을 넘어가는 시간이다. 젊음을 아쉬워하지만 여전히 젊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선 중년이란 시간을 보내야한다. 그들에겐 삶의 위로, 용기, 인내 그리고 홀로서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위의 네 가지를 주제로 19세기를 빛낸 화가와 작품들을 소개한다. 대공황의 아픔과 상실의 고통을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킨 에드워드 호퍼, 담백한 소재와 따뜻한 질감을 중심으로 강한 몰입감을 전해주는 하메르스회의 작품들, 보이지 않는 존재를 그리고자했던 칸딘스키, 이들은 저마다 스스로 삶에 질문을 던지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위로를 받고 생의 의미를 만들어갔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작품엔 작가의 의미가 존재한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건 삶의 고뇌와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기쁨과 환희와 같은 작가의 일상이 담긴 감정일 것이다.

 

현대미술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들을 사용한다. 정해진 방법보단 저마다의 특색과 특징을 살려 다양한 색감과 구도를 활용한다. 그림의 소재 또한 다양하다. 포스터 한 장으로 무명화가에서 최고의 상업 예술가가 된 알폰스 무하의 인생은 그림에 대한 무한한 표현력을 느끼게 된다. 지스몽다 포스터를 현대 기법으로 표현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이들도 많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도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엔 이러한 재료가 존재하지 않았다. 무하의 그림은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디테일한 구도와 완벽한 비율, 무엇보다 화려한 색감은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무하의 성공은 거의 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준비된 예술가였으며 기회가 올 때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누가 뭐라던 자신만의 길을 걸을 때 삶의 기회는 조용히 찾아오는 것 같다.

 

생성형AI의 그림 실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그림이 인공지능에 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AI의 그림에 작가의 고뇌와 번민,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이 있을까? 무엇보다 감정의 공유를 통한 공감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우린 그림을 보며 지루한 삶을 반추하고 일상의 루틴을 어루만지며 자신도 다른 이와 다르지 않다는 위로를 받게 된다. 또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인간의 모순을 탈피하는 위대한 작가들의 용기를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무엇하나 되는 것이 없어도 끝까지 자신을 지킨 프리다 칼로, 아닌 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 뱅크시. 우린 이들이 남긴 작품을 보며 뜨거운 열정과 숨은 삶의 지혜를 만난다.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우린 어떤 방향으로 세상을 걸어가고 있는 걸까? 19세기, 폭발적인 성장시대를 살아간 화가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만나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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