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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평점 :

인간에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의사전달 방법이 통용되고 있을까요? 언어만큼 우리 마음과 정서를 흔드는 개체는 없을 듯합니다. 말 한마디에 가슴 저리고,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은, 그야말로 언어에 의해 지배되고 종속되는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적으로 우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합니다. 그로인해 자기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오해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말이 무분별하다면 글은 나름 적절한 통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됩니다. 말과 글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어떤 말을 하고 글을 듣고 읽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 또한 결정됩니다.
손석희 앵커는 뉴스 룸의 앵커브리핑을 통해 그날의 이슈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차분하게 분석하였습니다. 시청자들은 앵커의 한마디를 통해 가슴 시원함을 느꼈고 사회를 이해하는 특별한 경험을 가졌습니다. 매일 무척 많은 자극적 기사들이 난무하지만 앵커브리핑과 같은 깊이 있는 뉴스코너가 사라진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뉴스 룸의 앵커브리핑은 950회를 했다고 합니다. 횟수도 상당한데 도대체 그 많은 콘텐츠를 어떻게 구해 한 시대를 풍미했는지 무척 놀랍습니다. 그 배경엔 매시간 긴장과 초조, 고민과 기대가 상존하는 작가의 영역이 있습니다. 20년 동안 매일 다른 소재로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김현정 작가님의 연중마감이 무척 기대되고 반갑기만 합니다.
연중마감은 김현정작가님의 작가로서의 인생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기고만장했던 젊은 시절부터 삶의 철학을 느끼는 현재까지 그녀가 작가로서 이어온 글쓰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소재의 구성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일이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을 규정한 것은 잘 쓴 글이 아니라 꾸준함과 포기하지 않았던 태도라고 평가합니다. 작가로서 누군가와 비교된다는 것은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특히 천부적으로 글에 대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을 바라볼 땐 자괴감마저 듭니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채운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소재를 찾기 위한 작가로서의 여정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순간적인 지혜도 중요하지만 진심과 솔직함이 담기지 않는다면 좋은 콘텐츠가 탄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작가로서의 품위는 어떻게 유지 될까요? 좋은 글은 듣는 이의 마음을 훔칩니다. 저자는 잘 쓰는 글은 문장이 좋은 글이 아니라 상대방을 헤아려 쓰는 글이라 말합니다. 특히 근사한 말이나 대단한 경험담보다는 상대의 눈동자의 눈을 맞추며 공감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주장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글쓰기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은 누군가에게 읽혀야 제 몫을 합니다. 글은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면 폭력이 됩니다. 수많은 이들이 글로 인해 상처를 받습니다. 글은 쓰기에 앞서 비판을 수용하고 다른 시각과 관점을 이해하는 포용적인 태도가 요구됩니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 작가의 삶 또한 글쓰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글은 좋은 작가에서 탄생되기 때문입니다.
거짓과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분란과 분열을 조장하고 수많은 언론과 미디어들은 자극적인 뉴스를 쏟아냅니다. 솔직히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또한 편견이라면 감내해야할 고통일 것입니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세상을 이끌어줄 한줄기의 빛과 같은 언론인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일필휘지를 기대합니다. 군사독재 시절, 어려웠지만 서민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던 적지 않은 에피소드를 기억합니다. 좋은 글은 마음을 움직입니다. 위정자들의 거짓된 글이 아니라 진솔하고 정직한 울림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연중마감은 기한이 없습니다. 세상은 지속될 것이고 우린 그 안에서 시대정신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글은 기록이고 기록은 역사의 부분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것은 삶을 통해 전승 될 것입니다. 오늘도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개인의 성찰 못지않은 역사적 사명은 아닐까요?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