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야기 - 전염병 예방과 인류의 생존을 위한 멈추지 않는 도전들
문성실 지음 / 현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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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타 생명체와의 구분을 시도해왔다. 인간에 좋은 것은 곁에 두고 좋지 않은 것은 제거하거나 박멸하는 단계를 형성해 온 것이다. 인류에 재앙을 가져다 준 전염병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미생명체와의 끊임없는 전쟁이 인간생존의 역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수세기를 거치면서 다소 누그러뜨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인류 최대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많은 과학자, 생물학자, 의학자들이 감염병에 대한 근원적인 뿌릴 뽑고자 고군분투한다. 감염이 누구에게는 선택적으로 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백신은 거의 일상의 언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백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불신이 팽배하지만 인류의 생존을 방어하는 것만큼은 진실이다. 인플루엔자가 창궐하는 이 시점에 백신에 대해 알아야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미생물에 관한 연구는 19세기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최초의 미생물관찰자 레이우엔혹에 이어 로버트 코흐는 세균학의 황금기를 가져왔다. 그는 박테리아를 연구하던 중 당시 많은 이들에 고통을 안겨주던 탄저병에 관심을 갖고 수많은 실험을 통해 막대모양의 탄저균을 발견한다. 그의 연구는 과학자들에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였고 한천을 발명한 헤세의 도움으로 결핵이 영양실조가 아닌 박테리아가 원인임을 밝혀낸다. 코흐는 세균의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는데 예방의학이 코흐가 남긴 업적이다.

 

호흡을 통해 두창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온 몸에 발진이 생기고 수포가 형성되며 고름이 가득찬다. 대부분 사망하나 고통을 이기고 살아나도 많은 흉터가 남는다. 신의징벌이라 일컬으며 수천년 동안 인류에 죽음의 저주를 안긴 천연두다. 천연두는 과거 이집트 문건에 나올 정도로 오래된 전염병이다. 그만큼 치료법이 없었고 수많은 이들에 죽음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특별한 해결책이 없던 시절 에드워드 제너는 소젖을 짜는 여인들이 천연두에 감염되지 않는 것을 보고 우두법을 개발했다. 제너의 연구는 결국 천연두 백신의 대량생산 물꼬를 텄다. 1980년 인류는 천연두 종식을 선포했지만 천연두는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잠복중이다. 특히 종식으로 인한 연구부재가 새로운 생물학무기를 양산하고 있다.

 

백신이란 용어에 파스퇴르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이들에 전파되진 않았지만 광견병은 오랜 기간 인류를 두렵게 하는 질병이었다. 잠복기간까지 길어 치료방법도 쉽지 않았다. 파스퇴르는 약독화라는 개념을 사용해 광견병에 걸린 어린아이를 살려내면서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해냈다. 면역글로불린과 바이러스 백신의 사용은 환자의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획기적인 방법이었고 백신에 대한 정의를 확립한다. 파스퇴르의 백신 개발방법은 향후 디프테리아, 페스트, 황별병, 홍역, 이하선염, 풍진, 수두등 수많은 감염병의 약독화 생백신 개발에 영향을 주었고 백신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만들었다.

 

병원엔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넘친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추운 이유도 있지만 백신에 대한 홍보효과가 그리 좋지 않은 이유도 있다. 문제는 인플루엔자가 복잡해지고 지능화되어 갈수록 치료가 어려워지고 감염자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사망자 소식이 늘어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이종 간 교접이 가능하다. 동물간의 이동으로 다양한 변종이 만들어진다. 새로운 백신이나 치료법이 나오기 전에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이유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해 인플루엔자의 모든 발현 가능성을 연구한다. 하지만 바이러스 역시 생존에 최선을 다한다. 숙주에 안착하기 위한 최고의 조합을 만들 것이다.

 

본 책은 백신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특히 mRNA를 이용한 코로나 백신의 개발은 백신사의 획을 그을 만한 업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엔 수익성의 논란으로 인한 폐기의 위협에도 포기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백신개발에 연구한 과학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백신은 다양한 전염병의 수만큼이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워낙 시급한 일이기에 임상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간혹 치명적인 실수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백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 19세기 수천만 명을 사망시킨 페스트와 같은 바이러스가 인류에 전혀 다른 재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여전히 미생물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러스 또한 자가 생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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