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오후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 키케로부터 노자까지, 25명의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삶, 나이 듦, 죽음에 관한 이야기
오가와 히토시 지음, 조윤주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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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관념에 당신의 노년을 맡기지 말라. 키케로의 노년론에 나오는 말이다. 노년에 대한 생각이 당신의 노년을 결정한다. 노년에 대한 세상의 시각이 당신을 변화시킨다. 우린 자유란 말에 익숙하지만 진정한 자유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에 서투르다. 변화를 꿈꾸지만 변화 앞에서 머뭇거리며 익숙한 생각과 행동을 반복한다. 노년이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시기일까? 수많은 철학자들도 자신의 늙어감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했을 것이다. 무엇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줄까? 무엇보다 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가에 대한 성찰은 인생을 회고하는데 위대한 자산을 만들어 줄 것이다.

 

노년엔 포기라는 말이 적지 않게 사용된다. 몸이 아파서, 마음이 심란해서, 무엇하나 제대로 하기 힘들어서, 쉽게 포기한다. 보부아르의 적극적으로 즐기는 삶의 방식은 노인에 대한 관념을 쉽게 무너뜨린다. 그는 노년이 젊은 시절의 패러디가 되지 않기 위해선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목표를 끊임없이 추구하라고 충고한다. 그의 방식은 노년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노년에 저항하지 않는 방식이다. 노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실제적인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노년일지라도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그의 철학과 닿았으며 인생의 무한한 발자취를 남기고자 도전하는 삶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나이듦은 무엇일까? 기존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는 개념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변환시킨다. 나이듦을 벗어날 순 없다. 또한 나이듦에 모든 것들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질병과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나이듦은 죽음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기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살아왔느냐와 맞닿아있다. 장켈레비치의 죽음과의 대화는 죽음을 맞이하는 독특한 방법을 제시한다. ‘얼버무림의 태도로 죽음을 맞이하라’. 그는 죽음을 결론지으려 하지 말고 얼버무리며 넘기라고 충고한다.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가? 죽음은 회피의 대상이자 타인에게 미루는 행위다. 죽음을 만난다는 것은 삶의 마지막을 이해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에겐 죽음에 가려진 인간의 희망이 숨겨있다. 죽음과 어떻게 공존해야하는가가 남은 과제다.

 

메를로 퐁티의 양의적 실존방식은 몸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그에겐 몸은 세상과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세상에 대한 존재방식이다. 모든 감각은 몸을 통해 지각되고 마음이라는 의식으로 전달된다. 퐁티는 자신과 몸, 세상은 각각 독립되어있고 몸을 통해서만 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실적으로 몸에 대해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몸의 적응과정을 고찰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을 수정하는 철학적 성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몸이 전달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가? 몸을 관리하는 것은 나이듦의 첫 번째 조건이다.

 

나이듦에 가장 어려운 것이 타자와의 관계다. 자신만 고집하려는 생각이 더욱 짙어지기에 외로움과 고독이 자신을 가로막는다. 레비나스는 전체성과 무한이라는 주제로 인간관계를 설명한다. ‘타자란 절대적으로 다른 것이다. 타자는 나에 가산되지 않는다. 당신 또는 우리라고 말하는 공동체는 나의 복수형이 아니다.’ 전체성은 타자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 포섭하는 행위다. 타자는 구속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 레비나스의 생각이다. 그는 타자에 대한 의미를 부각시킨다. 타자는 나의 복수형이 아니라 저마다 나름 무한의 존재들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전체주의적 사고가 세상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레비나스이 철학이 세상을 관통한다.

 

본 책은 나이듦, 질병, 인간관계, 인생, 죽음이라는 다섯 가지의 주제를 중심으로 25인 철학자들의 생사관을 이야기한다. 중심 맥락은 삶과 노년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다. 철학은 인생의 순간을 읽을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한다. 철학자들의 고민이 곧 삶의 고민이자 우리에게 주는 생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질병의 고통마저 삶의 철학으로 승화한 니체의 질병론은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한다. 인생의 오후엔 저마다의 특별한 철학이 필요하다. 예기치 않는 순간이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이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의 오후를 만난다. 이제 자신만의 철학을 고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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