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 - 건망증부터 데자뷔, 가위 눌림까지 뇌과학으로 벗겨 낸 일상의 미스터리
사울 마르티네스 오르타 지음, 강민지 옮김 / 풀빛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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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를 불안감, 무언가에 쫒기는 느낌, 막연한 두려움, 마치 온 몸을 휘감은 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기묘한 감정, 외부적인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반응,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 뇌의 작용이 있다. 뇌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존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작용을 통해 갑작스러운 반응에 작용하고 깊은 생각을 통해 이성적인 행위를 반복한다. 인간이 하는 모든 생각과 행위는 뇌를 벗어나 존재하기 어렵다. 뇌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며 뇌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기억과 존재의미를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린 뇌에 대해 적지 않은 오해를 가지고 있다. 뇌는 원초적인 기능과 더불어 본능적으로 경험이라는 외부적 과정을 통해 자극을 받고 인간이라는 형상을 진화시켜왔다. 뇌의 이러한 기능을 감독하는 특별한 시스템은 무엇일까? 왜 우린 자주 혹은 가끔 현상에 대한 착각과 환각을 경험하는 것일까? 뇌에 대한 특별한 메커니즘을 아는 것은 우리의 몸뿐만이 아니라 생각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본 책은 뇌의 기능이 어떻게 인간에 적용되어 왔으며 뇌기능의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상실과 착각을 신경심리학을 통해 설명한다.

 

왜 자꾸 무언가를 기억하기 어려운 것일까? 뇌는 스스로에게 가장 편한 방법을 선택해 일을 처리한다. 매시간 쏟아지는 정보를 전부 기억하거나 처리할 수 없기에 불필요한 부분은 거의 제거하거나 기존의 방식에 맞추어 적당히 배치한다. 기억하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고 뇌는 기억할만한 주의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시간에 지남에 따라 특별한 요구상황이 없으면 기존의 기억은 빠르게 사라지고 새로운 정보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또한 기억이 사라진 빈 공간을 메꾸기 위해 나름 적당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새로운 기억을 창조한다. 매일 반복되는 행위에 주의를 기울일만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뭔가를 자주 기억하기 어려운 이유는 뇌의 습관적인 반복행위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일화기억으로 구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쉽게 사라진다. 맥락은 효율적으로 기억을 회상한다. 어떤 맥락을 구성하느냐에 기억에 쉽게 저장되고 빠르게 회상된다. 맥락이 끊어진 기억은 수많은 착각과 오류의 원인을 일으킨다. 어떤 사람의 이름, 장소를 분명히 아는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고통스러운 적이 있다. 이런 현상을 설단현상이라 하는데 정보에 접근하고 기억을 떠올리는 전두피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뇌는 노드를 구성해 단어를 기억하는 습관이 있으며 간혹 정보접근과 회상과정에 실패해 답답한 과정을 연출한다. 설단현상은 뇌의 퇴화과정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특히 뇌위축과 퇴행은 원발성진행성실어증이나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다.

 

인간은 선할까, 악할까? 선과 악은 철학적 질문에 가깝지만 신경심리학적 관점에선 선도 악도 미리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바꾼다. 자신의 비밀스러운 행위를 유지하면서 겉으로 선을 행하는 모순을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인간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겐 특정 패턴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억제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런데 억제시스템은 사회적 관점을 필요로 하며 수동적이다. 인간의 뇌엔 독특한 감독시스템이 작동하는데 이는 거의 대부분 행위에 대한 최선의 계획과 전략을 짜는데 특별한 작용을 한다. 감독시스템이 없다면 뇌는 모든 행위에 집중하느라 에너지를 고갈할 것이다. 감독시스템은 억제기능을 관리하고 통제한다. 이는 실시간 실수관련부전전위라는 뇌파의 증폭을 통해 알려져 있다.

 

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 본 책은 신경심리학자로 뇌손상, 신경퇴행성질환을 연구하는 사울 마르티네스 박사의 뇌과학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있다. 기억상실, 자주 헛것이 보일 때, 임사체험을 비롯한 예지몽에 대한 착각, 그리고 뇌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통해 뇌가 어떻게 진행되고 오류를 생성하는지 신경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우린 가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굳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원초적인 뇌기능과 경험적으로 얻어지는 뇌기억은 우리가 알던 뇌가 아니다. 뇌는 실시간 바뀌며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이나 상황을 통제한다. 뇌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것과 동일하다. 착각과 오류가 반복된다면 뇌에 대한 의심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뇌의 역할이 곧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뇌과학에 대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뇌의 진실을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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