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먹기 - 익숙한 음식의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천상명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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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컨텐츠중 가장 눈에 띄고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먹방이다. 또한 공인방송에서도 끊임없이 연예인들의 음식 소개가 이어진다. 지루할 만도 하지만 먹방 관심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생존과 연관되어있기에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적게 먹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이론과 중첩되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배고픈 시절,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진화한 호르몬작용일까? 풍족한 시대에 이토록 음식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혹 음식에 먹는다는 행위이외의 특별한 메커니즘이 숨겨있는 것은 아닐까?

 

음식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같이 해왔다. 음식의 역사가 인간의 역사다. 음식에 대한 근원을 찾는 것은 인류의 생존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며 문화를 중심으로 사회구조의 프레임을 연결하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는 대부분 식사를 마친 후에 이루어진다. 정치는 물론이고 비즈니스도 음식과 함께 시작하고 결론을 맺는다. 음식문화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등장시킨다. 수렵채집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었지만 농경문화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시대적 사건이었다. 농업은 다수의 인력이 필요했고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식물 재배는 필연적인 작물생산으로 이어졌다. 국가의 출현, 빈부의 격차, 지배계층의 출현 역시 음식문화와 뗄 수 없는 연관을 맺고 있다.

 

다른 방식으로 먹기는 음식 인류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중심으로 음식과 인간의 역사를 엮어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저자는 문화 인류학자이자 요리사로서 세계 각지의 음식과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배우고 느낀 지역문화와 역사를 소개한다. 특히 날것과 익힌 것을 구분하는 요리문화에 중점을 두고 한 지역의 요리가 어떻게 타 지역으로 전파되었는지 심도 있게 고찰한다. 고대 패권국이었던 페르시아의 화려한 궁중요리는 로마에 전파되어 귀족의 만찬이 되었고 중국 한나라의 식재료는 동남아시아와 인근지역의 기근과 배고픔을 해결하였다. 고대 음식은 먹는 것을 넘어 통치행위의 수단이자 체제 유지를 위한 정치적 행위였다.

 

음식이 중요한 이유는 서민들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음식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며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항상 몰락의 길을 걷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또한 음식엔 수많은 재료들이 사용된다. 중세시대, 후추와 커피는 귀족의 최선호품으로 무역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설탕은 귀족들의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디저트였다. 전쟁과 무역은 암울한 중세를 연상하지만 음식과 요리법 확산에 특별한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유럽 국가들의 신대륙 침략은 종의 몰락과 변환이라는 인위적인 자연변화를 유도했으며 이는 모든 식재료와 음식의 세계화에 일조하였다.

 

잘나가는 음식점들엔 원조라는 타이틀이 주어진다. 원조는 오랜 기간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런데 원조란 말이 너무 남용되어 진짜 원조를 찾기 어렵다. 음식에 원조가 있을까? 지방 특색에 따라, 요리사의 선호에 의해 시작된 음식은 원조가 존재할리 없다. 하지만 우린 원조에 적지 않은 호기심과 신뢰를 느낀다. 하루 세끼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 포기하기 어려운 디저트는 현대사회의 아이콘과 같다. 수많은 음료는 어떠한가? 또한 버려지는 엄청난 쓰레기더미엔 음식에 대한 이면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세계는 여전히 굶주리고 있는 아동들이 있는 반면 비만인구에 허덕이는 국가들도 늘어난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의 역사만큼 길고 질기다. 미각과 후각, 그리고 시각을 탐닉하는 음식이야기, 이젠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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