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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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감정이 소중한가? 감정이 없다면 인간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기뻐하고 무엇 때문에 슬픔에 젖는가? 또한 무엇 때문에 생의 대부분이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감정은 수만 년동안 지탱해온 인간의 사회적 변화를 이야기한다. 기쁨과 즐거움은 같이 경험하는 것이고 슬픔과 분노도 대상이 필요한 감정이다. 감정은 저마다 필요에 따라 인간과 여정을 함께했으며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인간에겐 특별한 감정이 있다. 타 동물에게선 볼 수 없는 수치심이란 감정이다. 부끄러움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일으키며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감정이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감정은 이해하기 무척 어렵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복합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엔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21세기는 긍정 심리학이 주를 이루는 학문이 되었다. 긍정적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성공스토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이들에 의해 회자되어왔다.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분노, 시기. 질투, 경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부정적 감정은 기피대상이다. 분노는 자신과 타인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분노는 통제하든지 길들여야하는 대표적인 나쁜 감정으로 인식되어 왔다. 헌데 분노와 같은 감정이 필요하지 않다면 왜 자꾸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생의 앞길을 막고 괴롭히고 버티고 있느냐는 것이다. 감정도 진화의 일부분이라면 부정적 감정 또한 생존해야할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정적 감정은 고대로부터 해결해야할 문제로 인식되어왔다. 기원전 3세기, 스토아학파는 감정을 우주의 일부로 판단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것은 해결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들에게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간디는 아트만과 같은 높은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외부세계로부터 오는 모든 것들을 차단하는 수행을 통해 감정과 감각을 통제했다. 그들에게 감정은 인간을 괴롭히는 불필요한 조건이었고 항상 통제해야하는 부정적 대상이었다. 반면에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정적인 감정을 직시하고 조건에 따라 적절히 순응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들에게 감정은 길들여야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감정은 통제하거나 길들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감정에 대한 이해 때문에 철학적 논쟁이 모순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분노는 불과 같다.’ 보리심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대승불교 불교도인 샨띠데바의 분노에 대한 비유다. 스토아주의 철학자 세네카는 분노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광기라 표현한다. 두 성인에게 분노는 통제가 불가능하고 비합리적이며 파괴적인 감정이다. 분노를 혐오하는 이유는 자신과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두려움과 죄책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노에 광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약한 공동체를 위한 분노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는 힘을 일으킨다. 그런데 정의로운 분노와 광기의 분노는 따로 존재하는 분노일까? 분노는 다르지 않다.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이 다를 뿐이다. 분노 때문에 행동이 변하는지. 자신의 부족함, 체면, 낮은 자존감 때문에 분노하는 것인지, 분노의 원인을 아는 것은 분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분노는 감정일 뿐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감정의 대사물이다. 감정으로부터 시작되고 감정으로 결론을 맺는다. 또한 감정의 동요에 의해 생각과 행동이 바뀌기도 한다. 누구나 감정을 인지하지만 감정에 막무가내로 휘둘리는 이유는 감정에 대한 이해와 해석하는 능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어떻게 하려고 드는 것은 우리가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감정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좋은 감정만을 선택한다고 나쁜 감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저자는 감정에 대해 변명도 옹호도 없이 직면하라.’고 충고한다. 우리가 감정에 저항하는 이유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부정적인 감정이 표현하고자하는 것은 자기애다. 내가 소중하기에 나를 방어하고 이를 감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당신의 감정은 당신에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우리에겐 긍정적 감정 못지않게 부정적 감정이 필요하다. 악마는 독립적인 자유를 원한다. 그리고 이는 극히 인간적이며 저자의 표현대로 성자가 망친 인생을 되살리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악마와 함께 춤을 춘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 가깝다. 부정적 감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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