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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도 축복이다 - 고정관념의 세상에서 뜻밖의 축복 누리기
정재영 지음 / 이비락 / 2024년 11월
평점 :
누구에게나 예외일 수 없는 노후가 다가온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비유를 익어가는 것이라 표현한 가사도 있지만 늙음을 기쁘게 맞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상식은 노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대부분이다. 상실, 외로움, 고독, 무기력, 어느 것 하나 좋을 것 없는 신체적, 정서적 감정들이 몸과 마음을 뒤덮는다. 노후를 피할 수 없다면 늦추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최근 회자되는 슬로우 에이징이다. 최대한 현 상태를 유지하며 느리게 늙어가는 것, 말은 쉽지만 엄청난 노력과 열정, 인내가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신체반응과 인지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후에 대한 시각을 바꾸면 늙어가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희망을 주기도 한다. 젊을 때도 그랬지만 노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의 시각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노후를 보내고 싶은가는 순전히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우린 어떤 모습으로 노후를 맞이하고 싶을까? 어떤 노후가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노후엔 젊은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중에서도 신체의 노쇠화는 노화의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한번 나빠지면 쉽게 회복되지 않고 한 번에 무너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건강한 노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건강하지 않다면 무수한 계획도 물거품이 되며 그 자체로 고통스러운 일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평생 건강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정립해야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을지라도 매일 병원에 간다면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노화도 축복이다’ 부제는 고정관념의 세상에서 뜻밖의 축복누리기다. 노화를 축복이라 말한 저자의 생각이 다소 놀랍다. 주위엔 온통 늙어가는 서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어 가는데, 축복이라니, 저자는 노후의 관점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첫 번째 주제로 자유와 창의를 꺼낸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날 자유, 그리고 C=ME2이라는 창의성 공식을 이야기하며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노년이 창의성이 가장 높게 발현되는 시기라 강조한다. 과거 노인은 가족이나 부족의 지도자 역할을 수행했다. 오랜 기간 쌓인 지식과 경험으로 공동체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시대 노인에겐 이러한 지식과 경험이 새로운 자기발견을 위한 도구로 사용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시적 상상력에 대한 이해다. 노후 징후는 인지, 기억능력의 저하와 함께 나타난다. 하지만 노후를 늦추고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의 방법이 있다. 일기쓰기, 암산하기, 메모하기, 시 암송이다. 저마다 뇌 신경회로를 재설정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도구들이지만 특히 시 암송은 노후에 가장 좋은 뇌 회복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든다. 언어를 통한 재인지와 해석, 그리고 이해력은 꾸준한 시 암송을 통해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을 키워줄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시의 운율에 자신을 얹힌다면 부정적인 감정도 사라질 것이다.
자식은 부모마음을 모른다. 하지만 부모의 자식사랑은 한계가 없다. 우린 누구나 자식이고 부모다. 또한 시간에 종속된 삶을 살아간다. 젊음을 찬미하지만 노후의 시간이 훨씬 길다. 그래서 짧은 젊음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늙어갈수록 세상의 좋은 면이 많이 보인다고 말한다. 오히려 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해볼 수 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우린 죽음보다 삶이 가까운 시간을 살아간다. 모든 것을 통제해야한다는 우리의 생각과 습관이 노후에 대한 생각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을까? 늙어갈수록 필요한 것이 많지 않다. 오히려 가볍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노화는 분명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노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특별한 관점을 보여주는 ‘노화는 축복이다.’ 고정관념을 깨면 뜻밖의 축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