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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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은 젊음이 사라진다. 푸석해져가는 손가락 마디를 볼 때마다 나이 듦의 서러움이 밀려온다. 노화를 다룬 수많은 책들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멀리 떠난 친구의 수다가 그리워질 때가 많다. 인간은 홀로 살아가지만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린 누구에게나 주변인이 있고 스스로도 주변인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죽음은 외로움마저 앗아가 버린다. 죽음은 예외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슬프고 서럽다. 이미 예정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가 죽음을 선고한다면 간호사는 실질적으로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삶을 기억한다. 하지만 죽음을 꺼내기 쉽지 않다. 모든 이들의 죽음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관계가 있다. 어떤 이는 좋은 죽음을 맞이하지만 어떤 이는 불행한 죽음을, 어떤 이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죽음에 대한 간호사들의 생각은 일상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전해준다.

 

누군가의 죽음 뒤엔 고통과 분노 그리고 상실과 후회가 뒤섞여있다. 인간의 감정은 죽음 앞에서 폭발하고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은 채 삶을 무력하게 만든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수많은 두려움을 증폭한다. 하지만 죽음은 삶의 정해진 과정이다.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한 인간에 주어진 가장 소중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의식을 잃은 채 침상에 누워 일생을 끝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살아가는 자들에게 의식의 일깨움을 전달한다. 살아서는 하지 못했던 말들을 죽음으로 대변하는 것이다. 죽음은 우리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린다.

 

본 책은 38년간 간호사로 근무를 한 오은경님의 죽음의 본질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인간은 죽음 앞에서 가식 없는 허물을 벗어 놓는다. 삶을 지탱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마음을 짓눌렀던 수많은 감정들을 내려놓는다. 삶만이 의식을 허락한다. 우린 죽음을 인지하면서도 고통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죽음을 혐오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인지해야하는가?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라 말하던 키케로의 말을 떠올려본다.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는 죽음과 삶, 더 나은 생을 위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간호사로서의 일상이 디테일하게 기록되어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수많은 환자를 상대하고 자신의 감정을 추슬러야하는 간호사들의 노고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힘든 일인지 병간호를 해본 이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우린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고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죽음이 다가온다면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 죽음에 대한 생각은 보다 선명하게 자신의 삶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죽음은 삶의 이면이 아니라 삶과 동행이다. 내가 떠난 뒤 남겨질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죽음엔 생의 모든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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