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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인생에 답하다 - 고전에서 건져올린 삶의 지혜
한민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11월
평점 :

和而不同(화이부동)同而不和(동이불화),논어 자로의 문장이다. 和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고 同은 너와 내편을 가르는 것이다. 군자는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겠다는 것이고 소인은 타인을 배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린 다양성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조화의 조건이라 말하지만 사회를 혼란시키는 원인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어떤 목적을 가지느냐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 군주는 권력의 판단기준이 평가의 대상이 된다. 무능한 군주는 조화보단 분열에 집착한다. 권력은 본래의 모습을 들추어낸다. 어리석은 군주는 항상 백성들에 큰 시련과 고통을 안겨준다. 이익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離合集散(이합집산)이 판치는 시대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전체와의 조화를 꿈꾸는 군주의 출현이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나라가 혼란할 때는 간신들이 득세한다. 권력에 기생하는 간신은 군주의 눈을 흐리고 백성들의 눈과 귀를 막는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탐욕스럽고 무능한 리더를 찾는다. 過猶不及(과유불급)은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란 뜻이다. 하지만 공자는 ‘지나친 것과 미치지 못한 것은 같다.’라는 중용의 뜻을 표현한다. 군주의 지나친 권력탐욕은 자신과 세상을 파괴한다. 있는 권력도 사용하지 못하면서 왜 권력에 대한 집착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탐욕에 눈이 먼 것은 군주와 간신뿐만이 아니다. 세상 역시 탐욕에 물들어간다. 어느 시대나 무능한 군주가 존재했고 이는 국론분열의 씨앗이 되었다. 부족하면 배가 고플 뿐이지만 과함은 화를 면하기 어렵다.
춘추전국시대는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던 혼란의 시대였다. 적과 아군이 구분되지 않았고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흔들거리던 시대였다. 또한 공자를 중심으로 동양철학이 만개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전쟁은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다. 삶의 터전은 물론이고 생각, 행동 그리고 가치관마저 교체된다. 배움은 혼란할 시기를 극복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 克己復禮(극기복례)는 자신을 접고 예로 돌아 가라라는 뜻이다. 시국이 어수선할수록 깊이 생각해 볼 말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먼저 닦고 타인을 돌보아야할 일이다. 극기를 하지 못해 무너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과 예를 중심으로 한 공자철학은 자기본위의 사상이 주를 이룬다. 修身齊家(수신제가)를 실천하는 것이 극기다.
‘공자가 인생에 답하다’는 논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한자성어를 소개한다. 많이 들어보았을 사자성어도 있고 쉽게 읽히지 않았던 문장들도 보인다. 논어를 접하다보면 한자의 이해부족과 해석능력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하지만 말 한마디에 담긴 뜻엔 깊은 내공이 숨겨있다. 해석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체화시키는가가 논어의 핵심주제다.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思毋邪(사무사)는 진실과 정직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를 강조한다. 사무사엔 인간의 독특한 자기애, 자기만족이란 근원이 포함되어있다. 이기적일 수는 있지만 이를 인식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무사는 정치인들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모든 이들이 자기 앞에 놓인 이익을 추구한다면 세상은 힘의 논리가 지배할 것이다. 생각에 대한 바른 입장이 필요한 시대다.
가끔 정치인들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자성어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에 필요한 덕목은 감추기 일쑤다.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고 말 많은 자들이 권력을 차지한다는 그릇된 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단 논어뿐만이 아니라 수천 년을 이어온 고대문헌들엔 인간이 갖추어야할 중요한 덕목들이 기록되어있다. 답이 없어서 세상이 어렵고 힘든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가는 이해부족과 선택에 대한 기준이 서툴러서, 대중에 야합하거나 군주정치의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 책의 성어 한자 한자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내면의 껍데기를 벗어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배려한다.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해가된다. 이토록 험난한 세상에 마음 한켠을 채워줄 한마디는 무엇인가? 공자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