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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일상은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이 무너졌다는 것은 삶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불확실한 미래가 펼쳐진다는 두려움을 품는 것이다. 우린 평범한 일상을 기대한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성장하며 타인과 다르지 않는 삶의 안정과 평화를 희망한다. 하지만 주관적인 기대와는 달리 객관적인 삶은 누구에게나 라는 일상적이지 않는 시간 앞에 멈추어 선다. 분노와 절망, 상실과 고통이 혼재하지만 결국 희망이란 단어를 가슴에 품은 채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게 된다. 희망은 삶에 대한 바람이 아니다. 공감과 배려, 감사에 대한 기도다. 생의 마지막은 삶의 모든 것을 숭고하게 만든다. 가벼운 일상이 이토록 중요했음을, 말 한마디가 그토록 따뜻했음을, 온기 가득한 미소가 이토록 자신의 마음을 적시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죽음 앞에선 한 의사의 절규와 희망, ‘숨결이 바람 될 때’ 그의 숨결은 우리 마음에 따뜻한 바람을 일으켰다. 질주하는 인생은 생의 의미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부여한다.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무엇이 나를 의미 있는 존재감을 줄 수 있을까? 삶의 철학에 몰두하는 젊은 의학자의 생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삶의 종착역이라 강조한다. 감정마저 물질로 대체되는 세상, 삶이 주는 의미는 세상으로부터가 아닌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한다. 내면의 속삭임이 자신의 의지이며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는 끝없는 고민 끝에 내린 삶과의 투쟁이 아닌 관계속의 부분으로 존재할 때 인식되는 실존적 과정이다.
고통은 삶의 의미를 바꾼다. 일상적인 삶이 흐트러지며 마주한 생의 시간을 고스란히 체험하게 한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 힘든 시간이 지속되는 것일까? 두서없는 생각은 꼬리를 물고 마음을 헤집는다. 두려움은 삶의 시간을 무너뜨린다. 고통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왜 살아야하는가? 삶에 대한 집착과 현존은 끊임없이 자신을 옥죄어온다. 시간은 신의 유일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시간 앞에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생의 시간을 이해할 수 없다면 죽음의 시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살아간다는 것은 관계다. 삶의 의미도 관계다. 우린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죽음 앞에선 숭고함은 자신의 생에 바치는 마지막 예의다.
읽는 내내 한 인간의 내면과 마주한 느낌이다. 그의 생각이 온 몸과 마음을 통해 전달된다. 의학도로서의 처절한 자기인식은 권위와 자본을 앞세운 현세대에 죽비를 내린다. 인간은 인간으로 대접 받을 때 만족과 행복함을 느낀다. 안정과 배려는 공감의 역할이다. 저자는 죽음 앞에선 자신의 처지를 의사와 환자로서 경험한다. 그리고 자신에 주어진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결코 생의 끝자락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항상 최선을 선택했고 자신의 의지에 강한 신념을 부여한다. 그가 주는 희망은 삶에 대한 경건함이다.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사랑스러운 딸, 삶은 살아있음이고 이는 살아있는 모든 이들에 주어진 축복이자 선물이다. 우린 너무 늦게 이러한 것들을 깨닫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필요한 것은 그들의 애정 어린 목소리와 따듯한 미소, 그리고 온기 가득한 접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린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인가? 생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할 숭고한 의례인가? 죽음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다. 하지만 상상하는 미래모습도 아니다. 죽음은 객관적이며 누구에게도 예외를 허락하지 않고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은 삶에 커다란 의미와 겸허한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감춰진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마음, 타인의 감정, 그리고 서로의 관계, 따지고 보면 일상의 소중한 것은 대부분 감추어져있다. 우리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아니 당신은 어떤 삶의 모습을 바라고 있는가? 죽음 앞에 선 칼라니티는 온기 가득한 바람처럼 우리 곁에 머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 최고의 순간도 찰나고 최악의 순간도 찰나다. 우린 무엇을 위해 이토록 강렬한 삶을 꿈꾸는 것일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