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을 망친 자본주의 - 역사학자가 파헤친 환경 파괴의 시작과 끝
마크 스톨 지음, 이은정 옮김 / 선순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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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도시를 만드는데 과거와 같이 수백 년의 시간이나 수백만 명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간의 놀라운 지식발전 덕분에 몇 년이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프라를 구축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땅과 대기, 그리고 인근의 생태계는 과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다. 땅은 파헤쳐져 시멘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가 들어서고 호수는 축소되거나 사라져 인근 대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욱 문제시 되는 부분은 외래종의 출현이다. 외래종은 예측을 할 수 없는 질병과 바이러스를 출몰시킨다. 도시는 모든 생태계를 위한 장소가 아니다. 단지 인간의 필요에 따라 구획되고 기획된 구조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린 도시를 통해 안락함과 안전성을 추구한다, 오직 인간의 이익을 위해 모든 구조가 변경되거나 변질된다.

 

1960년대 미국 환경 보호에 방점을 찍은 레치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인간이 제조한 화학약품의 폐해가 어떻게 자연을 피폐시키고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는지를 세상에 고발한 책이다. 카슨의 용기는 세상의 질문을 바꾸었고 기업의 행태에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요구하게 되었다. 우린 몇 년 전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세계경제가 올 스톱되는 기이한 현상을 맞이한 적이 있다. 세계 각국은 비상이 걸렸고 언론들은 마치 세상이 무너질 듯한 기사를 쏟아냈다. 흔히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한다. 이제 거의 모든 제품에 반도체가 필요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최근 개발되는 자율주행차량엔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반도체가 필요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에는 엄청난 전기와 물이 필요하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는 누구나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일까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인의 삶은 이미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에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슨은 인간에 닥칠 위기를 경고했지만 살충제를 생산하는 기업은 여전히 환경을 오염시킨다. 반도체도 이와 다르지 않다. 환경에 대한 경고는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누구나 환경보단 반도체가 셧다운 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인간의 편리성과 이익을 추구하고자하는 자본의 역할과 이를 방어하려는 환경보호가 미묘하게 충돌된다.

 

마크 스톨은 거의 모든 것을 망친 자본주의를 통해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실상을 고발한다. 인류가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이후로 자연은 엄청난 도전에 시달려야 했다. 가끔은 자연보호라는 이름아래 생태계를 보호하고 인위적인 파괴를 자제하곤 했지만 인간의 탐욕은 자연과의 공존을 거부했다. 이제 그 대가가 돌아오고 있다. 대기오염의 증가는 생태계 교란뿐만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를 통한 지질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잦아진 폭풍,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 특히 극지방의 온도변화는 인류에 유례없는 재난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이 지구의 정복자일 뿐 아니라 어떤 위기가 와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자연은 인간의 생각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운 좋게도 지구의 모든 자원을 끌어다 사용하는 유일한 종족에 불과하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고 누구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시작된다면 우린 어떤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갖게 될까?

 

본 책은 놀라운 정도로 디테일하게 자본주의 역사를 풀어간다. 1자본주의 시작에서는 초기인류의 자본주의 발달과정의 역사와 인간 군락의 이해관계를 다루고 있다. 마치 역사책을 읽어가듯이 중세 무역으로부터 증기와 철강의 시대를 이어나간다. 역사의 중심을 관통하는 자본주의의 배경을 빠짐없이 기술하는 놀라운 관점이 독보적이다. 그리고 자본이 투자될 때마다 황폐화되어가는 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들추어낸다. 2부는 산업자본주의의 시작과 그 종말을 이야기하는데 인류는 조금씩 자원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기 시작한다. 3부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해가는 자본주의의 끈질긴 생명력을 이야기한다. 특히 1970년대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 산업구조를 대가속기라 칭하며 지구가 겪고 있는 엄청난 혼란과 교란의 현장을 과감히 들추어내고 있다. 자본주의는 인류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었지만 심각한 빈부의 격차를 통해 선택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달콤한 열매는 극소수에게만 주어진 축복이다. 인류의 대부분은 자본주의가 뱉어놓은 엄청난 쓰레기를 처리해야하는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다. 사실상 싼 가격에 삶을 저당 잡히고 환경오염에 따른 위기를 온몸으로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자본주의와 환경보호, 혹은 자연과의 공존은 필요이상의 조건일까? 펜데믹은 그 충분한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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