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감에 압도될 때, 지혜문학 - 무의미한 고통에 맞서는 3,000년의 성서 수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4
김학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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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고통, 무언가 이룬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의지를 역행하는 허무는 삶의 희망마저 빼앗아가는 고통과 불안을 맛보게 한다. 인간은 자의적 통제를 갈망한다. 누군가의 강요나 설득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자유의지에 대한 반항이다. 세상이 이토록 허무하다면 무엇을 한들 어떤 가치나 효용성을 느낄 수 있을까? 하지만 성찰은 신이 인간에 준 특별한 선물이다. 나와 다른 나를 인식하고 통합하는 것은 분리 된 나를 하나로 만드는 과정이다.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신의 특별한 재능을 부여 받았을 뿐이다. 신앙 고백은 영생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신의 재능을 지닌 인간에 주어진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혼돈과 무질서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성서 창세기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된다.

 

성서이해는 쉽지 않다. 어떤 말을 하든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편견이 가득한 세상이야기를 끌어들여야하기 때문이다. 흔히 성서를 공부한다고 한다. 성서가 지혜문학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대 근대문학과 뿌리를 같이하며 당대인들의 신앙적 교리를 삶에 투영하는 원대한 작업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은 성서의 플롯을 쉽게 설명하는 주제다. 태초의 혼돈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은 세상을 구분하는 질서를 창조했고 혼돈은 질서로 인해 몰락하게 된다. 지혜문학은 질서에 대한 이해다. 인간은 질서에 의해 유지된다. 모든 규정과 규칙 과학적 법칙들은 질서에 기반을 둔다. 질서가 무너진다면 세상은 엄청난 혼란과 불안이 시작될 것이다. 인간은 질서 속에서 존재하고 신은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 지혜를 만들었다.

 

지혜란 무엇일까? 지혜문학은 무엇을 지혜라 표현하고 어떤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 말하고 있을까? 지혜에 대한 의미는 개인이나 사회 구성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저자는 창세기 12절의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의 깊음 위에 있었다.’를 예시하며 태초의 혼돈과 공허, 깊음과 어둠을 현실세계를 뒤덮고 있는 고통과 허무와 비유한다. 우린 쉽게 무기력과 허무에 빠진다.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자과감이 물밀 듯이 밀려올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 실망하고 무력함에 분노를 느낀다. 현실은 고통이다. 고통은 무질서가 반복되는 결과다. 빛은 세상을 구분하고 질서를 만들며 생명을 창조한다. 창조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지혜가 나온다. 지혜는 신의 속성이며 신에게 속한 지혜를 구하는 것이 지혜의 핵심이다. 혼돈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는 생명(곡식)을 탄생시키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지혜를 창출한다. 지혜는 신이 인간에 주어진 특별한 선물이다.

 

저자는 잠언을 통해 혼돈과 어둠을 이기는 지혜를 이야기하고 고통에 맞서는 지혜로 욥기를 예로 든다. 또한 전도서에선 덧없는 삶을 즐기는 지혜를 말하고 야고보서를 통해 조소하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지혜는 나라는 존재의 인식과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해석하는 방법을 통해 나타난다. 화엄경의 인그라망은 지혜를 이해하는데 깊은 통찰력을 준다. 인그라는 인도의 신이고 망은 구슬이 달린 그물이다. 구슬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인데 자신의 모습은 타인의 구슬을 통해 알 수 있고 자신 또한 타인에 필요한 구슬이 된다. 나를 위해 네가 필요하고 너 또한 내가 필요하니 서로의 책임감과 존중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그라망은 전체로서의 하나인 우주적 관점의 나를 인지하는데도 통찰을 준다. 인간은 독립적일 수 없으며 상대와의 관계설정 의해 자신의 위치를 인식한다. 삶의 본질은 설정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지혜롭지 못한 이유는 지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배척하거나 불필요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성서가 금하는 교리다. 성서는 다수의 편집자들에 의해 편집되었고 시대흐름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곤 했다. 성서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견해가 항상 옳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근본이 무엇이고 해석이 어떻든 성서가 인류사에 행한 공헌과 영향력을 폄훼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창세기 말씀대로 빛은 모든 것을 밝힌다. 먼지하나 티끌하나도 빛을 벗어나지 못한다. 성서의 본질적인 목적과 해석이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인간의 지혜를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고전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잠언, 욥기, 전도서, 야고보서의 경전을 통한 지혜문학은 고통과 허무 앞에선 인간의 실존적 철학을 이야기한다. 혼돈을 넘어 의미를, 고통에 맞서는 품격을, 허무함에 개의치 않는 즐거움 삶이 저자가 찾고자하는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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