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전쟁 - 세계경제를 뒤흔든 달러의 설계자들과 미국의 시나리오
살레하 모신 지음, 서정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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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확실성을 극히 싫어한다. 미래 예측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안정에 대한 집착이 무엇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예측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을 확대시킨다. 어떤 동물도 자신의 먹이를 교환하기 위해 매개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물물교환이라는 매개변수에 의해 지리적, 사회적, 정치적 범주를 만들어 왔다. 가치수단의 변화는 신뢰가 절대적이다. 만약 서로간의 신뢰가 약해지거나 무너진다면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류는 패권국 화폐에 절대적 권한을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전쟁은 패권국 유지를 위한 혹은 기축통화의 절대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전락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현대 전쟁은 통화 전쟁에 가깝다. 전쟁엔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고 복구과정 또한 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러가 강해질수록 의구심 또한 강해진다. 과연 패권국을 유지하고 있는 달러가 산적한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의 도구일까? 아니면 인류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절대적일수록 조그만 틈새가 더욱 크게 보인다. 달러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의심이 늘어나고 있다. 외부적 변화는 내부적 변수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의 정치, 특히 재정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채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 재정부는 매년 수조달러를 발행하며 자국민의 지갑을 채워주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크다. 천문학적으로 늘어가는 부채의 해결책도 난관이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율변동성은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각국의 화폐가치가 자국민의 생산과 소비의 연관성 보단 달러에 의한 환율변동성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 물가의 변동성은 화폐의 가치를 소리 없이 잠식하기에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분노한다. 이는 정치에 강한 영향을 미쳐 세금문제를 일으키고 예산안 측정에도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준다. 미국 재정부 관료들의 선택이 지구 반대편 서민들의 삶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2024, 달러는 기축통화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러시아에 대한 통화규제, 갑자기 폭락한 자국민 통화, 수입물가의 폭등, 균등발전이라는 구호가 어색하게 세계경제는 빠르게 달러에 귀속되고 있다. 달러를 발행하는 미 재무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재무부의 임무는 자국화폐의 보호와 달러위상의 보존이다. 세계최고의 정치, 경제학자들이 달러의 보존과 패권국 유지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새로운 무기로 탈바꿈한 달러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 이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개하며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통제하기를 원한다. 프렌드쇼어링이라는 지정학적 우방국가와의 경제정책과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통해 자국민에게 전례 없는 주식시장의 폭등을 선물해 주었다. 부채 소비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근 2년간, 엄청난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무부 재정정책은 초강세 달러의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작금의 시나리오가 불확실한 시대로 가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달러 전쟁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달러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좌우하며 지배해 왔는지 미국 재무부의 역할과 관료들의 작동방식을 세세히 설명한다. 달러는 발행 기관인 재무부와 연준 그리고 의원들 간의 의견조율에 의해 방향이 결정된다. 유달리 의견 충돌이 심한 미 정부기관들은 유독 달러 문제에서만큼은 대부분 일관된 정책을 유지한다. 이들은 세계 기구를 통해 달러의 위상을 전달하며 언론을 통해 세계 각국의 달러 민감도를 예측한다. 당파에 좌우되는 미국 정책에 정의나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바꾸고 화폐공정성에 대한 관점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의 결정은 정치적 행위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국을 위한 달러 재편이 가능할까?

 

지금은 미국 시대다. 또한 달러위상을 부인할 국가도 드물다. 간혹 위기감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통화가 아시아에서나마 기축통화가 되길 원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 자체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패권화폐는 가치와 더불어 안정성과 유동성 그리고 교환성이 매우 중요하다. 예측 가능한 화폐는 독점적 일지라도 당위성을 부가한다. 저자는 서두의 글에서 달러의 몰락과 유지 중 어떤 경로가 현 시대를 증거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시한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많은 이들이 위기를 전가하는 달러에 대한 의심을 들추어내고 새로운 교환수단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강국, 미국이 쇠퇴하지 않은 한 그런 상황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달러는 이러한 미국의 꿈을 실현 시켜줄 유일한 무기이자 자산이다. 달러 전쟁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지 않을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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