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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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을 읽노라면 내용의 풍부함에 감탄하지만 단어의 효용성에 놀랄 때가 많다. 단어 한마디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너무도 강하기 때문이다. 울림은 떨림으로 변하고 각인된 단어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단어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의 삶의 모습이 이야기인 것처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단어엔 수많은 이야기가 저장되어 있다. 단어는 집단 공동체를 결속한다. 같은 의미를 사용하는 단어의 효용성은 나와 너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되기도 하지만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린 단어의 이해에 소극적이다. 무분별한 의성어와 줄임말이 난무할수록 아름다운 단어가 그립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감는다는 성인의 말처럼 단어 한마디에 담긴 소중한 기록이 새롭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건조한 우리의 마음에 한줄기 빛과 소금처럼.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아름다운 인문에세이다. 단어를 통해 자신을 만나고 타인을 이해하는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한다. 또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희망의 회로를 그려준다. 단어에 대한 명제는 인간 존재를 벗어날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문장을 통해 단어를 이해하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은 한마디의 단어에 움직인다. 좋은 단어는 무척 강한 구속력을 지닌다. 서로 모이고 이야기하고 존재하고 싶은 충동과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소중한 단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마음을 허락한다. 인간은 경험과 기억을 통해 자아를 만들어 간다. 모든 사건은 순간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의 감정 또한 자아의 일부분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다양한 이야기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엔 수많은 단어가 존재한다.

 

‘Feierabend’, 저자가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단어라고 한다. 파티를 의미하는 Feier와 저녁을 뜻하는 abend가 합쳐진 말이다. 풀이하자면 축제가 있는 매일 저녁을 보내라는 뜻이다. 저자는 왜 이 단어를 가장 먼저 기억하고 아름답다고 했을까? 독일어의 밤은 자는 것만을 의미한다. 저녁은 잠을 자기 전 신나게 파티를 하는 시간이다. 독일인은 노동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일이 끝난 다음, 여유를 즐기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행복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밤낮없이 실적과 성장에 매달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이고 이유 있는 반항이다. 그리고 이들은 삶의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초과근무를 하면 팀장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구조가 한국에서 가능한 일일까? 그들은 삶이 느리게 존재할 때 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음을 Feierabend를 통해 이야기한다.

 

어느 민족이든 아름다운 단어가 존재한다. 귀를 기울이고 싶고 한 번 더 듣고 싶은 말들이다. 이런 말들은 타인에 위로를 전달해주고 내면의 성찰을 완성케 한다. 또한 나와 연결된 세상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유지한다. 하지만 부정적 의미를 지닌 단어도 적지 않다. 부정적인 단어는 자신과 주변에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불편과 불안을 야기한다.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파괴한다. 우리 일생의 사건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달려있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반영하고 생각은 행동을 일으킨다. 피폐하고 자극적인 단어가 나무하는 세상이다. 인간은 존재다 라는 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우린 어떤 존재로 인정받기를 원하는가? 그리고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16가지 단어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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