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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평점 :
세계는 점점 쓰레기로 채워지고 있다. 바닷가를 뒤덮은 거대한 플라스틱 폐기물이나 매립지를 뒤덮은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는 인간이 일상이 무엇으로 채워지고 버려지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다. 인간은 소비를 통해 최대의 만족감을 얻는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소비는 20세기 최고의 상품이자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우린 24시간 대부분을 소비하는데 집중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도한 소비 집착 현상에 따른 이면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오히려 편함과 이기적 생각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현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속도다. 1인당 소비의 증가와 쓰레기 배출의 상관관계다. 관심이 없는 만큼 쓰레기 배출 속도는 지구 생태계를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분해 시간은 짧게 잡아도 10년이고 다양한 합성 플라스틱은 분해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생수의 미세플라스틱은 어떤가? 이미 우리 신체는 미세 플라스틱의 소용돌이 속에 잠식당하고 있지 않는가? 인류의 편리성이 낳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과 고분자 화학물질은 서서히 그리고 느리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몰락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마트와 슈퍼마켓 그리고 대부분 물건들은 플라스틱 포장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값싼 제품의 등장은 딜레마다. 인류의 식량문제와 빈곤을 해결해주는 명목은 그럴듯하지만 오히려 가장 가난한 국가의 시민들이 대부분 이런 제품에 중독되어있기 때문이다.
쓰레기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 항상 쓰레기가 형성되었다.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의 선택지는 쓰레기가 묻힌 매립지였다. 쓰레기는 고대 인류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당시의 시대적 변화를 예측 가능케 했다. 수십만 년 동안의 유목민 생활에는 극히 적은 쓰레기가 배출되었다. 인류가 정착생활로 삶의 터전을 바꾸자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집단에서 부족, 그리고 도시의 형성은 엄청난 인구증가를 가져왔고 식량과 도구의 사용을 통한 생산량의 변화를 촉진하였다. 다수 인류에 생존에 필요한 식량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였다. 쓰레기는 인간을 뒤쫓는 동물의 가축화를 촉진했다. 인간은 쓰레기를 처리하고 양질의 단백질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가축화에 많은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동물과의 교류는 인류의 변천사에 엄청난 두려움과 걱정꺼리를 안겨주었다.
본 책은 주제는 쓰레기와 인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고증하기 위해 고대로부터 현대까지의 쓰레기 역사를 다룬다. 고대 쓰레기의 재활용과 중세의 위생문제 그리고 폭발적이다 못해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온 현대 쓰레기의 환경오염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놀라운 것은 저자의 탁월한 현실 연결성이다. 쓰레기가 배출된 이래 역사적 문제로 인식된 적은 극히 드물었다. 저자는 이를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의 이면성이라 말하며 인류가 고착한 당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를 심도 있게 설명한다. 우선적으로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놀랍고 그의 치밀한 자료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마치 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의 이면을 들추어 보는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의 가장 위험하고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무척 당혹스럽다.
경제학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단어가 있다. 합리성과 성장이라는 단어다. 경제학의 모토는 인간의 행동 변화를 통한 소비의 극대화다. 소비란 어감이 왠지 부정적으로 들린다면 현 사회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가고 있는지 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열어보라. 우린 24시간 소비를 촉진하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덕분에 만족한가라는 질문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힘들다. 하지만 우린 소비가 배출하는 쓰레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 특별한 제약이 없기에 별다른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쓰레기 처리장을 갈 때마다 넘쳐나는 쓰레기의 양에 적잖이 놀란다. 그리고 최소한의 죄책감을 느낀다. 대도시의 아파트 밀집지역에 사는 생활자들의 하루 쓰레기가 이 정도라면 한 지역, 한 국가, 세계의 쓰레기는 얼마나 많을 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쓰레기 투기는 인간의 양심과 직결된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타인 의존적이다. 타인이 보지 않는다면 세상은 온통 쓰레기장으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미 우린 매립지의 부족과 상호이해관계의 부족으로 온 도시가 쓰레기장으로 변한 대도시의 예를 통해 익히 알고 있지 않는가? 성장의 대가가 큰 만큼 후폭풍도 상당하다. 또한 무분별한 소비의 대가가 밀물처럼 다가온다. 기가 막힌 현실에 대한 모순이 지속되고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지속되는 폭염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가 부족한 것일까? 이젠 쓰레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올지도 모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