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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더글러스 켄릭.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지음, 조성숙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7월
평점 :
고전경제학의 합리성이론, 행동경제학의 인간 오류에 관한 비합리적 과정, 진화심리학의 선택과 의사결정에 대한 진화론적 이론, 다양한 가설을 통한 심리학적 검증은 인간의 선택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 왜 인간은 어리석은 선택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가에 대한 보다 근사치에 가까운 해답을 제시한다. 인간의 역사는 불확실성과 불안정한 환경에 대한 도전의 역사로 기록된다. 특히 주관적인 판단이 주가 되는 경제학에서는 더더욱 통합적이고 변수가 적은 통계학이나 확률이론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물학과 마찬가지로 경제학 역시 진화의 일부분이라는 가설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엔 경제학과 심리학의 이론과 인류학과 생물학의 이론이 통합되면서 탄생한 진화 심리학은 ‘인간의 선택이 아무리 터무니없고 어리석은 선택처럼 보일지라도, 그 깊숙한 곳에는 인간이 어떤 식으로 선택을 내리는지 중요한 의미를 알려주는 질문이 숨어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인간의 선택 기준에 대한 가설이 미시적인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노벨상 수상자 카너먼의 통계적 오류를 통한 비합리적인 인간의 선택을 강조해왔던 행동경제학의 목표는 선택의 결과에 치중하는 이론이다. 그래서 90가지가 넘는 오류를 발견했고 이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경제학적 주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인간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겉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생물학적 관계를 깊숙이 파고들어 수십만 년 전 인간의 선택을 좌우했던 진화적 과정이 더욱 중요한 논제가 되고 있다. ‘나는 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공저 더글라스 켄릭과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는 선택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진화심리학을 통한 인간 내면의 궁극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파헤친다.
내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라는 노래가사처럼 우리 내면엔 부분자아라 불리는 7가지의 subselves가 존재한다. 인간의 욕구단계를 5단계로 표현한 매슬로의 욕구보다 다양하다. 우린 누군가의 재채기나 기침소리를 듣는다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찌푸리거나 입을 막는다. 이는 자기보호자아와 질병회피자아가 우선적으로 활성화된 결과이며 본능적으로 타인과의 경계를 만들어낸다. 이는 지극히 순전한 자기보호 기능이자 생존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과거 열악한 삶의 터전을 헤매야했던 인간의 선조들의 생활은 과도한 위험과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에 대한 확실한 자기방어 전략이 필요했으며 이는 진화론적으로 생존본능을 지각하는 부분자아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분자아로 자기보호, 질병회피, 친애, 지위, 짝 획득, 짝 유지, 친족 보살핌등 7가지를 subselves로 선택하고 이를 진화론적으로 증명하는 인간의 심리적 기제를 보여준다. 인권운동가로만 알려진 마틴 루터 킹에 대한 두 자아상은 친애자아와 짝 획득자아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루터 킹의 이중적 자아는 위선적인 인간의 겉모습에 대한 비판보단 어떤 자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의해 선택과 결정의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인간 내면 다양성을 증명한다. 즉 우리의 부분자아는 하나의 상황에서 하나의 자아만이 주도권을 잡으며 현재의 부분자아가 바로 그 순간의 당신이다.
우린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곧잘 상황을 이해하고 회복하기도 한다. 빠른 선택과 느린 선택의 기준은 자아가 받아들이는 진화론적 의미와도 관계가 있지만 생후 5년 동안의 유아기적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빠른 전략은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며 느린 전략은 위험이 없거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효과적이다. 하지만 빠른 전략은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왜 인간은 무분별하거나 과도한 자기 과시욕에 빠져 자산을 탕진하거나 생을 쉽게 마감하는가에 대한 선택 역시 지위 자아에 대한 근원적인 딜레마와 자기보호자아의 순기능이 역기능으로 작용을 할 때 일어난다. 둘은 상호 보완작용을 거치며 어떤 부분자아의 역할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
그런데 왜 우린 하나의 자아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의 선택이 내려지도록 뇌가 진화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의 결정은 진화적 목표에 도움이 되며 인간의 결정은 다양한 진화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되어있다.’고 진화론적 의미를 덧붙인다. 인간 행동의 다면성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자신도 스스로가 행한 선택과 의사결정의 과정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현대사회인의 뼈 안에 신석기 시대의 뇌를 가진 인간이 존재한다 라고 비유한다. 여전히 선조들의 뇌를 지니고 있는 인간에게 현대사회의 시스템은 무척 상대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주제다. 하지만 우린 곧잘 상황을 빠르게 습득한다. 이 또한 진화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진화심리학에 바탕을 둔 인간 행동에 대한 선택과 의사결정의 해답, 왜 우리가 그토록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해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