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의 생명 공부 -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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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넘기 어려운 삶의 벽을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질병과 노화 그리고 죽음이다. 질병은 어느 정도 예방과 예측이 가능하지만 노화는 순식간에 몸과 마음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는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생명은 죽음을 잊게 한다. 우린 살아있음으로 숨을 쉬고 타인과 교류를 하며 자아에 대한 탐구에 집중할 수 있다. 때론 정치적 이슈에 반응하기도 하고 지식을 추구하기 위해 또는 사회적 성공을 위해 열정을 쏟기도 한다. 생명이란 매순간에 대한 자극이자 반응이고 경험이다. 인간은 매순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정작 생명이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해 가는가에 대해선 놀라울 만치 무지하다.

 

생명에 대한 궁금증은 몸의 이상 신호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염증은 그 대표적 신호다. 면역계는 외부 세포나 바이러스로부터 신체를 지키기 위해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은 우리의 면역계가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췌장에서 생산되는 인슐린은 포도당 대사와 근육대사를 촉진시킨다. 인슐린 결핍은 2형 당뇨병의 원인이 되며 당뇨는 최근 노화와 더불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만성질환의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수조 개에 달하는 신경계의 조작망은 어떠한가? 몇 억분의 1초라는 가늠하기 어려운 순간에 전기 화학 작용을 통해 아세틸콜린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여 모든 감각과 감정을 통제한다. 또한 내분비샘에서 분비되어 혈액으로 이동하는 호르몬과 더불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은 어떠한가? 인간의 생체적 기능과 구조는 상상이상으로 복잡하고 유기적이다.

 

송기원 교수님은 생명공부를 통해 인간의 유한함을 강조한다. 욕망위에선 인간의 끝없는 교만이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시키고 교란시키고 있으며 결국 생태계 한 종에 불과한 인간이 지구 탄생이래 99.9%의 멸종에 동참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다방면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건강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태계에 대한 자체기준마저 정치, 경제적 이슈에 파묻히고 만다. 기준도 인간 중심인데 이마저도 권력자의 편의에 좌우되고 있는 현실이다. 생명에 대한 고찰은 2000년 전부터 시작된 인류의 철학과도 뚜렷한 상관을 둔다. 인문학이란 표현이 단순히 인간만을 위한 처세술일까? 오직 인간만이 잘 살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학일까? 우리들이 다양하게 펼치는 문화적 관습은 어떠한가? 유기적인 생태계 하나씩 무너져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한 존재로 남는 것일까?

 

유전자 조작, 재합성 기술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유전자 조작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실험용 쥐뿐만이 가지는 공포가 아니다. 유전자엔 언제나 안전성이란 단어가 첨부된다. 안정성의 기준에 대한 충족은 유전자 조작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치솟게 만든다. CRISPR-cas9은 대표적인 유전자 조작기술이자 인류의 미래뿐만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과학기술의 마술봉이다. 멸종 동물의 복원, 식량문제 해결, 난치병의 극복등 그동안 인류가 안고 있던 불안한 문제들을 해결할 최후의 수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몇 년 동안의 과학적 가설과 실험은 의문부호만 남긴 채 오히려 유전자애 대한 불확실한 두려움만 쌓아놓은 것 같다. 과연 인간은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태계의 변환을 감당할 수 있는가?

 

질문은 생태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다. 유일한 질문종인 인간은 질문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의문을 제시하며 문제를 해결하였다. 또한 질문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어해주는 효율적인 의사소통과정이다. 무엇부터 질문해야 생명의 근원적인 모습을 드러내게 할 수 있을까? 우린 생명에 대한 질문에 어려움을 느낀다. 인간의 생체가 단지 몇 개의 화학원소와 전기, 화학적 작용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생명에 대한 질문은 무척 단조로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너무 복합적이다. 어떻게 필요한 부분이 유전체를 통해 발현되고 진화되어 왔는지 실로 놀랍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린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 지구라는 유한한 자원위에 마치 독재자처럼 군림하는 인간의 교만함에 생명은 무수한 경고를 보낸다. 영원히 산다는 것과 죽음에 대한 고찰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수 있는 소중한 질문이 될 것이다. 17가지의 생명공부는 생명에 대한 놀라운 질문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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