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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님의 선(禪) 명상
영화 지음, 윤희조.박재은 옮김 / 운주사 / 2024년 3월
평점 :
결과부좌하고 허리를 반드시 세운 채 눈을 감고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명상, 몇 분만 지나면 종아리부터 시작해 온몸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앉아있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고 눈을 감고 몰입한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줄 몰랐다는 자책감과 한숨이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몸은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마음은 종잡을 수 없이 분주하기만 하다. 잠시만 몸을 쉬고 마음을 내려놓은 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명상은 자신을 바로 보는 시간과의 교접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리는 시선이 내면을 바라볼 때 비로소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이 올바른 삶인지에 대한 통찰이 시작된다.
우린 명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입문이 결코 쉽지 않다. 정보는 많지만 지속가능도 어렵다. 명상은 오롯이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과정이 전부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원하는 물질적인 풍요나 즐거움보다는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 의식적인 작업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고 오롯이 혼자만의 세계로 몰입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가? 세상은 분주하게 흘러간다. 더불어 내 몸과 마음도 분주하다. 하지만 우린 고요하고 정적인 일상을 추상한다. 명상은 분주한 삶을 내려놓고 생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좇아가는 가장 현명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선 명상은 대승불교 선을 중심으로 명상에 집중하면서 높은 수준의 영성에 도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일반적인 명상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특히 출세간의 지혜를 얻기 위한 삼매과정은 불교의 윤회사상과 더불어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을 설명해준다. 명상은 단계가 있다. 각 단계마다 입문하는 방법이 다르고 체득하는 경험이 다르다. 선을 집중력이라 말하는 영화스님의 말씀처럼 자아를 버리고 내면에 집중한다는 것은 지식이나 이론만으론 결코 알 수 없고 이를 수도 없다. 흔히 내려놓기나 마음챙김등을 통해 다소간의 안정과 평화를 누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이유가 명상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과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승불교에서는 선지식을 통해 명상의 실체적인 형상을 구전하다. 명상은 혼자 시작하지만 특별한 스승이 필요한 이유다.
명상의 진전을 위해선 덕과 복이 필요하다. 특히 선함과 계율을 강조하는데 선은 바른 선정을 길러주고 계율은 올바른 명상을 인도한다. 저자는 정직함에 대해 강한 의식을 부여하며 선행을 베풀고 덕을 쌓는 것이 진정한 수행자의 길이며 복을 짓는 길이라 말한다. 이는 자신을 바로보기로부터 시작해 타인에 대한 배려, 은혜에 보답하고 양보하는 등 불필요한 집착과 번뇌를 일으키는 외부적인 상황을 내려놓기 위한 최소한의 수행이다. 廻光返照(회광반조)란 빛을 되돌린다는 뜻이다. 평상이 우리가 주목하는 외부감각을 비추는 빛을 내부로 돌리는 것이다. 감각에 치우친 외적 대상은 우리의 생명을 고갈시킨다. 빛을 안으로 돌려 우리 자신을 살펴봐야한다는 의미는 명상의 가장 큰 지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적체험을 한다는 것은 본래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다. 본래의 모습,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금껏 경험해왔던 생각이 자아라는 형태로 자신을 만들어왔다면 본래의 나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명상은 체험의 과정이다. 깊은 집중력으로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를 만나는 과정이다. 선은 지관과 사유수를 의미한다. 思惟修(사유수) 사유의 수행을 의미하고 이는 삿되지 않는 정념과 이로운 정념을 포함한다. 止觀(지관)은 멈춘다는 지와 통찰한다는 관의 의미로 지의 과정은 망념을 없애고 마음을 차분히 한다는 뜻이다. 마음속의 끊임없는 번뇌와 집착은 외적인 사유가 아니라 명상을 통해서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지를 통해 마음이 고요해지면 시야가 명료해진다. 관은 지혜를 이루는 통찰의 과정이다. 우린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 감소, 기억력 증강, 혈압 낮춤, 만성통증 감소 등 다양한 효능을 기대한다. 하지만 명상은 이러한 기대치를 훨씬 능가한다. 자신에 대한 올바른 믿음은 사회가 기대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우린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것일까? 명상이 답을 주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