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동차를 탈 때와 자전거를 탈 때, 그리고 걸을 때어떤 풍경을 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우리는 비교적 목적에 충실하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달리는 것이다. 종종 목적지 없이 드라이브를 즐길 때, 우리는 주변의 구체적인 풍경보다는 여유롭게 달리고 있는 자신의 상황에 집중한다. - P66
그보다 조금 속도가 느린 자전거는 풍경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준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예쁜 꽃을 보면 곧바로 멈춰 서서 원하는 만큼 들여다 볼수 있다. 다리만 버텨준다면 연료도 필요하지 않다. 자동차도 자전거도 없이 걸을 때, 우리는 천천히 세계를 탐색해나간다. 걷고있는 땅과, 앞에 펼쳐진 풍경과, 옆의 가로수, 위에 펼쳐진 하늘,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돌, 날아다니는 작은 벌레, 그 모든 것을순간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 세 가지 이동 방식의 차이는정확히 독서의 차이와 같다. - P67
명절에 책 읽는 인간 명절은 무엇을 하는 날인가. 조상 덕 본 사람들이 해외여행 가는 날이고, 조상 복 없는 사람들은 기름 냄새 맡으며차례상에 올릴 전 부치는 날이다. 일가친척에게 잔소리듣는 날이고, 부부 사이에 이혼 소리 나오는 날이고, 부모자식이 서로 호적 파자고 고함치는 날이다. 이런 장면은올 추석에도 재현될 것이고 내년 설에도 되풀이될 것이다. 이제 명절은 전국 방방곡곡의 가정에서 막장 드라마를 찍는 날이 돼 버렸다. - P153
특이하다. 서문이 없고 목차 뒤에 바로 본문이 따라나온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 안에 다시 5개씩 소제목으로 책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책 에세이로 차례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자신의 상황에 어울리는 목차를 선택해서 읽을 수 있으니 고르는 재미가 있다. 이런 책의 특징은 작가가 읽은 수없이 많은 책들 중에서 특히나 감명을 받았다거나 꼭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책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우리들에겐 무조건 구매각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글쓰기 능력으로 혹은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한 번 더 뛰어넘어서 독자가 책을 구매해서 읽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읽는 독자도 복을 받는 것이고 글을 쓰는 작가도 한층 더 성장하게 될 것 같다. ' 책에 대한 책'이라는 의미에서 언젠가 꼭 한 번쯤은 나도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다. 이런 책들은 꾸준히 계속 나와서 독자들을 위해 기꺼이 실례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가 있지 않을까. 박웅현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책 에세이의 작가는 독자가 책을 직접 구매해서 읽을 수 있도록 책 장사(?)를 잘 해야 한다. 그러므로 책에 대한 책은 최상의 경지에 이르러야 집필이 가능할 것 같다. 소개하고자 하는 책들에 대해서 전적으로 작가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야기를 풀어낸다한 가지 예로 작가는 통장 잔고가 바닥이라면 《마담 보바리》를 추천해 주는데 연애 소설이지만 경제 소설로 재미있게 풀어준다. 장바구니에 찜해 둔 쇼핑 목록을 전체 삭제하고 《마담 보바리》를 읽어 보라고.p.36극한의 고립과 궁핍이 오래 지속되면, 물질로 이루어진 인간은 파괴된다.며느리에게는 《논어》를 남편에게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취준생들과 고3 등 명절에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이들에게는 《풀하우스》를 명절에 읽어 볼 것을 추천해 준다. 그리고 한 마디 ..p.153명절은 무엇을 하는 날인가. 조상 덕 본 사람들이 해외여행 가는 날이고, 조상 복 없는 사람들은 기름 냄새 맡으며 차례상에 올릴 전 부치는 날이다.참으로 통쾌하도다.
우리는 책 쓰기가 한 편의 예술 작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