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 보이 ㅣ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평점 :
뉴 보이, 악마의 속삼임은 달콤하기만 하다
열한 살 소년 소녀의 가장 달콤하고도 잔혹한 하루!
워싱턴 교외의 한 초등학교, 백인 아이들만 있던 이곳에
검은색 피부를 가진 한 소년이 전학을 온다.
그것이 첫 번째 문제였다. 그의 피부색이 달랐다는 것.
가나 외교관의 아들인 오세이 코코테는
학교 최고의 인기 여학생 '디'이 눈을 사로잡았다.
둘 사이에는 '디'와 '오'라는 알파벳 이름으로 호칭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디는 흑표범처럼 강렬하고 아름다운 '오'의 외모와 꾸밈없는 태도에,
뭔가 지성적인 느낌의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이것이 두 번째 문제였다. 오세이가 매력적이라는 것.
오는 이방인인 자신에게 선뜻 마음을 열고 손 내밀어준 디와
묘한 감정을 나누면서 학교생활에 점차 적응해간다.
힘으로 아이들을 지배하며 형에게 물려받은 권력으로
운동장의 왕좌에 올라 있던 '이언'은
불과 반나절 만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오를 보면서
그와 금발 소녀 디의 우정을 파괴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이런 일을 벌이기에 충분히 비열했으며, 무모했으며, 잔인했다.
이언은 자신의 여친 '미미'를 이용해
디와 오 사이를 이간질하고, 주변의 아이들까지 그 비극에 끌어들인다.
아이들은 진실이 아니어도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진실인 양 매도되는 것을 경험하고
그로써 상처 주고 상처받는다.
그리고 흥분한 나머지 선생님들마저 본성을 드러낸다.
'흑인 새끼'를 경멸하는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고 만 것이다.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작가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현대소설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주자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를 재해석하여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오셀로≫를 잠깐 들여다보자.
고귀한 영혼의 오셀로는 명망 높은 집안의 딸 데스데모나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성공한다.
그런데 오셀로의 부하 이아고는 갈망하던 부관 자리를 카시오에게 빼앗긴 일로 앙심을 품고
그를 해하고자 음모를 꾸민다.
이아고는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불륜에 빠졌다는 거짓 보고를 하고,
그녀의 손수건을 카시오의 숙소에 갖다놓음으로써 오셀로가 아내의 정절을 의심하게 유도한다.
부하의 꾐에 속아 아내를 의심하던 오셀로는 분노에 사로잡혀 결국 그녀를 목 졸라 죽이고 만다.
뒤늦게 이아고의 아내와 카시오가 진실을 밝혀 데스데모나의 결백이 드러나자
오셀로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오셀로를 오세이로, 디를 데스데모나로, 카시오를 캐스퍼로,
이아고를 이언으로, 이아고의 아내를 미미로 대치시키고
손수건을 딸기필통으로 치환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완벽하게 아이들의 이야기로 재현했다.
작가는 감정적 격동기를 겪는 시기의 소년 소녀들의 심리와 일상에 원작을 압축해
이방인과 그가 겪는 고립과 고독과 불안을 다룸으로써
누구에게든 벌어질 수 있는 사건에 대해 눈을 뜨기를 조언한다.
실상 도덕적이고 공평한 듯 구는 어른 세대에도 일침을 가하고 있으며
차별과 폭력이 어떻게 사회를 좀먹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금도 여전히 소외받고 있는 소수자들을 향한 외침,
그녀의 외침이, 오의 선택이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던져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