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 힘겨운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철학 처방전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책세상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오카다 다카시는 정신과 의사로,
일본에서 인격장애 임상 분야의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환자들을 접하고 치유과정을 함께한 의사로서
환자들의 심리와 갈구를 철학자들의 삶에 이입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예를 들어 수차례 자살시도를 한 T의 인생을 통해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삶을 들여다보는 식이다.
T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아들에 대한 조소를 감추지 못하는 어머니를 두었다.
T의 어머니는 실패한 가정생활을 빼고는
그 외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런 삶을 누렸다.
단지 남편을 꼭 닮은 아들, 자신의 삶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 아들에 대해
별다른 애정이나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을 누리기에 급급했다.
T는 어머니의 안락함이 부재하는 삶에서 나름의 원칙을 세워 살면서도
존재론적 불안감에 얌전히 살다가도 급작스레 문제를 일으키고 폭력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성향은 쇼펜하우어의 인생 전반에 걸친 어머니와의 대립에서도 볼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괴테의 인정을 받고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여류작가로 성장한 어머니와
끝내 등을 돌린 채 살아간다.
쇼펜하우어의 어머니 요한나 헨리에테 트로지에너는
18세에 스무 살이나 많은 남자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지만
자긍심 높고 처세술에 뛰어난 남편의 독재성향에 몹시 힘들어했다.
이는 남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아들에 대한 냉담으로 표출되었다.
결국 쇼펜하우어의 인생이 염세주의에 젖어버린 것은
부모, 특히 어머니와의 불화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의 애정 결핍으로 생긴 욕구불만은

오히려 그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이로써 그의 철학이 세상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그의 행복과 성공의 척도가 되었으니

세상은 요지경이다!

 

 

 

 

 

 

 


여러 작품에서 뛰어난 평가를 얻고 노벨상까지 받은 헤르만 헤세의 어린 시절도 불행 그 자체였다.
헤세의 부모는 사회적으로는 명성이 높고 평판이 좋았으나
결코 아이에게 애정이 많은 부모는 아니었다.
그들은 헤세가 말을 잘 듣는 동안에는 집에서 함께 살았지만
조금이라도 엇나간다 싶으면 기숙사학교에 들여보내곤 했다.
이로써 헤세는 가출과 자살 기도로 점철된 무척 불안하고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헤세 역시 안전기지의 부재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방황하게 되는 경우이다.

안전기지란 아이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를 의미하는데,

주로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된 상태일 때 가능한 것이다.

안전기지를 가진 아이는 불안을 쉽게 느끼지 않고 탐구심이 있으며

사람들과의 관계도 활발하고, 사회성과 지적 발달도 뛰어나다.

즉, 사회적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어른 역시 안전기지가 있다면 스트레스와 시련으로부터 보호막이 생기는 것이므로

마음이 안 정되고 생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부모의 과한 기대를 받은 부작용으로 문제아가 되었던 헤르만 헤세,

그가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꽃피우는 데 어쩌면 위험기지였던 부모의 역할이 지대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찾아낸 안전기지는 결혼을 통해 얻은 반려자였다.

특히 그의 세 번째 부인은 스무 살이나 연하였는데,

두 사람은 정신적인 부분에서 공명하며 서로를 안전기지로 삼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매사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죄악감과 불안을 느낀다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마음의 응어리를 안고 있다면,

누가 봐도 부러워할 인생인데도 공허하고 무의미하여 힘들다면?

각종 시련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버팀목이 될 만한 철학이 필요하겠다.

어려운 철학으로 중무장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본 경험이 있는 철학자, 문학가 들의 사례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냈는지 알아보면 된다.

실제 작가가 환자들을 상담했던 사례와 철학자, 문학가 들의 이야기가

적적히 섞여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그 사례들을 통해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를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발견해내자고 말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