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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캘리포니아
김수련 지음 / 헤르츠나인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호텔 캘리포니아, 서치 어 러블리
플레이스
언제든 체크아웃은 할 수 있지만, 떠날 수는
없어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는 서영에게나 재민에게나 특별한
노래였다.
짧은 시간 사랑하고 오랜 시간 권태롭게 살던 난임 부부의
삶은
'호텔 캘리포니아'로 설명되는 부분이 참 많다.
그런데 그곳은 참 아름다운 곳, 서치 어 러블리 플레이스라고
목놓아 외쳤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일까?
재민과 서영 부부에게 어쩌면 호텔 캘리포니아는 막다른
길,
갇힌 채 다시는 어디로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을 이르는
장소였을지도 모른다.
서영은 죽었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야 했던
서영.
그녀는 친구들과 정이 들 쯤이면 사는 곳을 옮겨야 했기에
남에게 정을 주지 않는 습관을 들였다.
그로 인해 그녀는 늘
부유하는 인생의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단단하게 연결된 유대감을 가지지 못한 세상에서
그녀에게는 부모와 남편 재민만이 옆에 머무는
존재 전부였다.
나도...
엄마라는 소리를 딱 한 번만이라도
딱 한 번만이라도 듣고
싶다.
서영은 첫 임신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유산의 아픔을 겪고
마흔이 되도록 불임 시술을 받지만
아이라는 선물을 받지 못한다.
열 번의 인공수정 시도와 네 번의 시험관 아기 시도,
그러나 거듭되는 임신 실패와 연이은 유산은 그녀를
절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죽고 1년이 가까워지는 어느 날, 홀로 살아가던 재민에게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서영이 죽었다는 걸 모르는 병원에서는 서영의 배아가 세 개 남아
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배아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재민은 어떻게든 대리모를
구해
서영이 남기고 간 흔적을 유지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빠진다.
결국 서영이 난임부부를 위한 카페에서 만났던 채팅명 숲(채린)과
연락이 닿은 재민은
그녀에게 서영의 아이를 가져달라고 부탁하는데...
아기가 생기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좀
먹먹해졌다.
몸에 이상은 없다는데 왜 내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지,
나는 엄마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3년 동안 아기가 안 생기면 남편이랑 헤어져야겠다고 혼자 결심한
순간,
생리혈이 비칠 때마다 겪었던 좌절감...
이런 모든 고통이 '2부 서영' 파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하면 자만일까!
소설 전반은 암울하다.
서영의 무력감과 불행한 상황, 그를 극복하지 못하는 심리가
지면을 가득 채운다.
서영이 떠난 후 오히려 그녀에 대한 사랑 혹은 연민을 더
강렬하게 느끼는 재민의 삶 역시 스산하다.
잠시잠깐 스치는 인연이 되는 유리 이야기마저
속상하다.
그런데 이미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는 숲이 나타난다.
'숲'이라는 채팅명을 작가가 의도했음이 분명하다.
숲은 과연 서영의 대리모가 되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