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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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의 밤, 서스펜스로 가득 찬 북유럽 극지 스릴러

 

 

 

 

 

극야가 끝나고 태양이 돌아온 첫날, 샤먼의 북이 사라졌다.

 

 

 

 

 


일곱 살 소년이 어떤 장면을 목격한다.
한 사미족 노인이 목사와 마을 주민들에 의해 화형당하는 장면이었다
일곱 살 소년은 사미어 말살 정책에 따라 사미어를 쓴다고 얻어맞은 후 도망치는 참이었다.
낯선 사람들에게서, 고향으로.
소년은 죽어가는 사미족 노인이 자신에게 알려주는 요이크를 듣는다.
화형이 벌어지는 그 곳에서 요이크 가사의 뜻을 알아들은 이는 그 소년뿐이었다.

 

 

 

 


혹독한 추위가 일상인 라플란드의 겨울.
해가 뜨지 않는 40일간의 극야가 끝나고 마침내 태양이 돌아오는 날,
마을에 박물관에 기증되었던 사미족의 북도 사라진다.
소수 유목민인 사미족의 정체성을 담은 신성한 유물,
전세계에 71개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귀중한 물건이었다.
불타 죽은 샤먼이 사용하던 이 북은 사미족 사람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문화사적 가치기 있었기에
이 유물이 사라진 데 대해 사미족들은 흥분하여 시위를 벌인다.

그리고 하루 뒤 사미족 순록치기 중 한 사람인 마티스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그의 두 귀는 깨끗이 절단된 채였다. 마치 고문당한 것처럼.
며칠 뒤 그의 귀는 순록치기들이 순록 귀에 소유주 표시를 하는 문양이 새겨진 상태로 발견된다.

도난당한 샤먼의 북과 살해당한 순록치기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노르웨이 순록경차 두 명, 클레메트와 니나가 순록치기 살인사건을 파헤치고자 나서는데...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북단에 펼쳐져 있는 라플란드는
자연이 온전히 보전되어 있는, 자연자원마저 풍부히 남아 있는 처녀지이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이 땅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북유럽 최후 원주민 사미족에게
순록을 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순록은 그들에게 음식과 옷 등 모든 것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순록치기 마티스가 귓구멍만 남은 채 살해되었을 때도
이 살인사건에 대한 모든 수사의 방향은 단순했다.
순록치기들 사이의 알력다툼이랄까, 감정 싸움이랄까.
하지만 이런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감추고자 하는 자가 있고 캐내려는 자가 있었다.
클레메트와 니나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동안
결국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7세기부터 라플란드에 변화의 물결이 시작된다.
스칸디나비아 왕국은 광물,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라플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사미족을 자기네 체제에 흡수시키기 위해 압제를 펼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기독교화되면서 라플란드에서 샤머니즘을 신봉하는 사미족의 종교는 무참히 탄압당한다.
샤먼들이 사용하던 북은 목사들에 의해 불태워지고 겨우 남은 71개마저 라플란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베테랑 순록경찰 클레메트와 팀을 이룬 신참 니나는 사건을 파헤치는 동안
순록치기 살인사건과 북 도난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그 뒤에는 더 무시무시한 인간의 탐욕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낸다.

라플란드의 하늘을 수놓는 장엄한 오로라와 새햐얀 설원, 그 위를 질주하는 스노모빌.
강대국의 탐욕과 무자비한 말살정책의 피해자가 된 사미족의 삶이 비참하다.
국력이 미약하면 안정적인 삶이며 평화로운 삶은 급작스레 사라지고
언제든 피해자가 되고 착취와 억압의 대상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 진리겠다.
우리의 역사도 이와 다르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만드는 소설 ≪라플란드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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