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 대한민국 스토리DNA 16
전상국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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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그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고 적었다!

 

 

 

 

 

진실을 교묘하게 이용한 아이와 음흉한 어른들, 우상을 찌그러뜨리다!

 

 

 

 

 

 

새학년이 시작되면서 반의 단합을 최고로 강조하는 담임 선생님.

그러나 이미 사건이 시작되었다.

이유대, 그는 재수파의 표적 1호였다.

이유는 그야말로 단순했다. 그들 눈에 매시껍게 놀았다는 것이다.

본관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멀리 외떨어진 강당에서 린치가 시작되었다.

재수파의 두목 기표는 담벼락에 사이다 병을 부딪쳐 깨고는 팔뚝에 금을 긋고 그 피를 핥으라고 명했다.

유대는 조인트를 까이고 혁대를 풀려 드러난 허벅지 맨살에 칼끝이 박혀도,

담뱃불로 허벅지를 다섯 군데나 지짐질을 당해도, 끽소리 한 번 못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유대가 입 한 번 벙긋하지 않았는데도 파다하게 소문이 났다.

 

 

 

 

 

유대가 일주일 동안의 임시 반장 노릇을 끝낸 날, 담임선생은 가정방문을 왔다.

그리고 유대에게 그대로 반장을 맡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물론 유대는 거부했고, 담임은 다음으로 형우를 거론했다.

그 후 담임은 유대에게 자신의 첩자가 되라는 이야기를 넌즈시 건넨다.

유대는 1힉년 때 자신이 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담임에게 알렸던 그 순간을 떠올린다.

그땐 어리숙했다는 생각에 유대는 무안한 기분마저 든다.

학급의 단결을 위해 했던 자신의 일은 그저 배신과 첩자의 행위였음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유대는 담임을 제안을 거절하고 기표가 부반장이 되는 것도 막는다.

 

그런데 담임은 정말 기표와 그 일당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걸까?

혹시 담임을 비롯한 선생님 모두가 그들의 행위를 알면서도

뒷감당을 하기 싫어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닐까?

유대는 순간 어른들의 음흉함을 제대로 본 것 같아 몹시 우울해진다.

 

 

 

 

 

정작 기표를 꼼짝 못하게 만든 사건은 반장 형우를 통해서 일어났다.

그는 기표가 한 해 더 유급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부정행위를 계획하고 동조자를 모은다.

부정행위가 걸릴 경우 형우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기로 한다.

그리고 중간고사 첫날, 아이들은 기표에게 커닝하도록 유도하지만

오히려 기표는 자신에게 전달된 커닝페이퍼를 선생님 앞에 꺼내놓는다.

시험 감독으로 들어온 영어 선생님이 종이쪽지를 건넨 이가 누구냐 묻자

형우가 벌떡 일어서고, 총무가 일어서고, 다른 아이가 일어서고, 사방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일어선다.

영어 선생님은 이 일을 전연 없었던 것으로 해두겠다며 그들의 우정과 결의를 오히려 칭찬한다.

 

시험이 끝난 후 형우가 사라졌다, 학생들이 뒷산에서 사람을 팬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형우는 입원해 있는 내내 자신에게 린치를 가한 상대방에 대해 함구하고

어쩐 일인지 기표는 담임의 말에 항상 빳빳하게 쳐들고 있었던 고개를 잠깐 숙인다.

그리고 기표는 아주 부끄러움을 잘 타는 아이로 변해 버렸다.

그렇게 당당하던 체구마저도 왜소하게 짜부라진 느낌이다.

학교에는 어느새 기표의 가정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고 모 일간지에 소개되고

급기야 영화로까지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기표가 사라진다. 여동생에게 편지를 남긴 채...

 

 

 

 

 

 

 

 

 

 

1990년 작품이다.

문득 내 고등학교 시절, 육십여 명이 한 반에서 복작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렇게 오래된 작품이지만 작금의 현실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마 그래서 새움출판사의 대한민국 스토리 DNA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읽는 동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내용이 어떠했던가 갑자기 되새겨본다.

교내에서의 집단 구타, 한 명의 짱과 그들 패거리 이야기.

약간 몽환적 느낌으로 다룬 <플라나리아> 다음에 나와서

더 또렷이 읽혔다는 느낌이다.

 

종족 보존에 관한 이야기 <플라나리아>,

무속 신앙에 얽매인 한 가정의 이야기 <우리들의 날개>,

6.25 때 미군에게 윤간을 당한 어머니가 백치 '아베'를 낳고 살아가는 비극 <아베의 가족>,

아버지의 폭력을 경험한 아들이 미쳐가는 과정을 그린 <침묵의 눈>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 선집 ≪우상의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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