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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개정판
노희경.이성숙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5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그렇게
눈물이 흘렀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231/pimg_7918311081807783.jpg)
나라면
그렇게 천연덕스런 모습으로 견뎌낼 수 있을까?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집안일에는
관심 없는 무뚝뚝한 남편,
집에서 도망치듯 회사일에만
몰두하는 딸,
대학
입시를 망치고 방황하는 아들...
그 틈바구니에서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의 이야기.
이렇게 간단하게만 소개하기에는 내 가슴이 절절 끓는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나로서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도 많이 만날 기회가
없었다.
얼마 전 이 소설이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는데,
역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번 친구가 가슴으로 보게 된다고 했던 <디어 마이
프렌드>를 몰아보며
가슴 터지게 슬프고 절절하고 미칠 듯했던 그 순간의 그 감정이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는 동안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먹먹해지고
눈물이 솟구쳤던 감정을 뒤로한 채
좀 삐딱한 시선으로 등장인물들을 바라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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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이타적인 엄마라니!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기적이 되어버린 가족들이라니!
그저 엄마의 고생을,
엄마의
힘든 나날을 외면하며 살았던 가족들이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말일 뿐이다.
행여 엄마의 짐을 알은체하면 그 짐을 나눠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과 회피하려는 마음이 더 컸으리라 짐작한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기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231/pimg_7918311081807785.jpg)
남편의 무뚝뚝한 성격을 왜 굳이 이해해줘야 하는지,
이제
의문이 든다.
아내가 무뚝뚝하면 '곰 같은
여편네'라고 싫은 소리 자꾸 해댔을
남자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도 부모에게 배운 게 없어서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하는
것도,
이해하며 넘어가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때 못 배웠다면 지금이라도 배워야 하지 않나?
그럼 아내들은 어려서부터 사랑하고 희생하는 법을 고스란히
배워서
자식에게 베풀고 남편에게 인내하고 부모를 봉양하는 걸까?
우리나라는 특히 여성들에게 '모성애'라는 굴레로 결박한 채
온갖 희생과 감정적 소모를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빠는 무뚝뚝하고 사랑을 표현하지 않아도
무죄,
엄마는 항상 가족들 눈치 살피고 온갖 뒤치다꺼리에 잠시라도 소홀하면
유죄!
나 굳이 페미니스트 아닌데,
오늘 왜
이러지?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231/pimg_7918311081807786.jpg)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모가 공부 못하라고 빈 것도 아니고 뒷바라지 안 해준 것도
아닌데,
공부하면서 갖은 유세를 떨어대는 자식들.
공부하는 자신만 힘든가?
옆에서 지켜보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부모 심정은
나몰라라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자식의 불평에
갑자기 울컥,
미운
마음이 든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231/pimg_7918311081807787.jpg)
그렇게 정신 못 차리고 시간만 죽이고 속 끓이게 하던
남동생.
누나가 죽는다는 말에 갑자기
'불효만 저질렀던 자식이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가슴 찢기는 회한으로 통곡하듯'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속없는 철부지 인생 역시 밉다.
누나가 병에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았다면
남동생은 평생 정신 못 차리고 살지 않았을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231/pimg_7918311081807788.png)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엄마는
끝내 가족들에게 자신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보이기를 선택했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남은 가족들에게 떠넘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한밤중에
갑자기 자고 있는 시어머니 방으로 가 같이 죽자며 오열한다.
여지껏
자신이 해온 희생으로도 모자라 끝까지 희생하고자 하는 심리.
고대했던
새집에서 단 하룻밤을 보내면서도 행복해하고 설레하는 그녀의 심정이
엄청
공감되다가도 안쓰럽고 뿌리치고 싶고 답답하다.
며칠
전 엄마한테 도마를 사드리면서
"내
생일 때마다 엄마가 맛난 요리해달라"며 당당히 요구한 내 자신이
갑자기
한심하다.
미안해,
엄마.
사랑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