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현남 오빠에게, 다양한 여성의 삶을 그린 일곱 편의 페미니즘 소설

 

 

 

 

 

주체적 존재로서의 여자로 일생을 누리기란 이다지도 힘든 일인가!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이 낯설기만 했던 스무 살 '나'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준 남자친구 '현남 오빠'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현남 오빠는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자신을 가르치려 든다.

'나'는 문득문득 어떤 불편함을 느낀다.

현남 오빠는 자신의 인생 밑그림에 종속되는 존재로 '나'를 깔아둔 채

'나'의 인생 구석구석을 다 스케치하고 색깔을 칠하려 든다.

심지어 도서관 사서가 되면 "네가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며

직업마저 선택해준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현남 오빠의 말에 따라

도서관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하고, 사서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나'의 직업은 지방 발령이 많은 현남 오빠의 직장 때문에 선택된 것이었다.

10년 세월 동안 현남 오빠의 의지대로 인생을 꾸려온 나는 그제야 깨닫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심하지는 않겠지?

마흔을 넘긴 여자들이라면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고

독립적 의견을 소리내어 말해봤겠나 싶어 일견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의 세대 여자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인격을 가진 존재로 자란 게 아니라

여자로 '길들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다소곳하고 늘 여성스러워야 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시부모, 시집식구들, 남편에게 순종해야 했다.

심하게는 아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야단을 치는 것조차 금지당했다.

결국 이런 사회적 구조에서 어려서부터 주입된 사고방식으로 인해

여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남 오빠> 속 '나'처럼.

이건 변명일까?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의 본분이 제대로 드러난 부분이다.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선택당하고 결혼하는 순간부터 남자 집안의 사노비가 되었다.

시어머니에게는 젊은 시절의 고생을 고스란히 화풀이할 대상이 되었고,

집안의 모든 궂은일은 자연스레 그녀의 몫이 되었다.

가족의 삼시세끼를 차려내는 식모, 의복을 빨아대고 다림질해주는 가정부,

꼭 손자를 낳아 반듯하게 키워낼 수 있는 씨받이...

지금도 친구들과 얘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여자들의 모습이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뭔지 잘 모르지만

이런 여자들의 삶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요즘 사회가 페미니즘이니 페미니스트니 하며 떠들석하다.

그런 것은 차치하고라도 나는 여자가 주체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데,

독립적 존재로 살아야 한다는 데는 찬성한다.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할 수 있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화를 낼 수 있고,

옳지 않은 일에 옳지 않다고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어야 한다.

'딸아이'를 둔 엄마로서 여자를 대하는 '아들'의 태도를 나무랄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주제를 단단히 걸고 나온 이 소설에 처음엔 거부감도 느꼈지만

굳이 핏대를 세우고 억척스럽게 주장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읽기 불편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