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에게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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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에게, 나의 내일을 기대해주는 이가 있을까

 

 

 

 

십 대의 나, 좀 더 나이 먹었을 때는 어떤 빛깔의 하늘 아래 있게 될까.

 

 

 

 

 

 

 

 

 

따지고 보면 엄마는 내 친엄마에게서 아버지를 뺏은 여자다.

내가 네 살 때 이미 보라가 태어났으니까.
나는 보라가 열 살일 때, 그러니까 내가 열세 살일 때 처음 동생을 보았다.
친엄마가 병으로 죽고 난 후였다
나는 아빠를 따라 지금의 엄마가 안주인으로 있는 가정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야 이 가정의 구성원이 될지도 본능적으로 알았다.
새엄마를 새엄마로 부르지 않고 엄마라고 부른 것도 그 본능이 발현한 것이었다.
아빠도 세상을 뜬 뒤에도 나 연두와 동생 보라 그리고 엄마 셋은
여전히 깨지지 않은 채 궁핍한 삶을 공유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원치 않았던 아빠의 피가 본색을 드러냈고
엄마는 그날 이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19819월 어느 날, 마농은 별리동 버스정류장에서 타인의 손에 맡겨지는 것으로
생모와 헤어진 채 프랑스로 입양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한국으로 와 엄마를 찾는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굳이 찾아서 만나려는 열망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엄마에 대한 연민에, 자신을 버린 엄마가 그때로부터 놓여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일하는 카페 '이상'에 전단지를 두고 프랑스에서 배운 제과기술로 쿠키를 구워 판매수익을 받아가던 마농은
어느 날 카페 손님들이 소근거리는 말에 상처 입은 채 돌아선다.
"아예 흔적도 없이 지우고 싶었는지도 몰라."
마농의 고뇌를 보며 나는 나의 근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다행스럽게 생각되었고
엄마가 나를 내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겸이는 내 짝이다. 학교에서 휴대전화가 없는 두 사람이 바로 나와 유겸이다.
나는 가난한 저지대에 사니까 없다지만
유겸이는 고지대 고층빌딩에 사는데 왜 휴대전화가 없을까.
주위에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 유겸이가 어느 날 나에게 속삭인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보라가 싫어하는 비가 내리는 날, 몸이 아프다며 조퇴한 유겸이가
이상으로 가는 다리 난간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유겸이를 데리고 이상으로 가자 사장이 나와 유겸이에게 불량생두를 골라내라며 일거리를 준다.
유겸이가 돌아간 후 나는 유겸이가 보낸 아날로그 방식의 편지를 카페의 우체통에 꺼내 읽는다.
뭔가에 상처받은 일이 있음을 암시하는 짤막한 편지.
그래서 유겸이가 그리 차가운 인상을 풍기는 건가 생각에 빠졌다가
정작 나는 남에게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겸이의 편지를 몇 번 되풀이해서 읽고 답장을 쓴다.
학교에 가니 담임은 유겸이가 급성폐렴으로 입원했다고 말한다.



 

 

 

 

 

 


보라가 아프다.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대답 없는 전화기에 대고 보라가 아프다고 말한다.
엄마가 돌아왔지만 다시 나갔고 보라는 엄마가 나가자마자 또 아팠다.
코피를 쏟고 열이 나고...
나는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엄마는 집으로 왔다.
그리고 보라를 데리고 가버렸다.
어쩌면 보라와도 이렇게 영영 이별이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실은 혼자 있는 것도, 이대로 영영 혼자가 될까 봐 무서운 연두의 성장기.

'카페 이상'을 중심 무대로 연두와 마농과 유겸, 이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몸의 눈물을 모조리 말려버리고 싶다는 연두는

강한 척 모진 척 혼자 있고 싶은 척하지만

사실 버림받을까, 혹시 혼자가 될까 두려워하는 평범한 십대 소녀였다.

아픈 보라를 데리고 떠난 엄마, 결국 혼자 남겨진 연두.

그녀의 삶은 이제 어떻게 펼쳐질까.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던 작가가

자신의 십대 모습을 소환하여 써내려갔다는 작품 내일은 내일에게이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작가는 밥을 먹을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팠다고 한다.

나도 연두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의 환경이, 인생이 안타깝고 속상했지만

그녀가 잘 이겨내리라고 믿는다.

응원해본다. 조용히.

"너의 내일을 나도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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